퍼스트리퍼블릭은행 JP모건에 매각…급한 불 껐지만 연쇄 파산·부실 대출 우려 [US REPORT]
최근 연이은 은행 파산으로 한때 철옹성 같던 미국 금융 시장에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중소 지방은행의 추가적인 뱅크런에 따른 파산, 특히 부동산 대출 부실에 따른 충격 가능성에 주목한다.
대형 銀 의존도 높아지나…美 예보 고심
지난 5월 1일 미국 14위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FRC)이 파산했다. 파산과 동시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예보)가 FRC를 인수하고 구조조정 후 JP모건에 재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원래 예보는 FRC 직접 매각을 추진했으나 대형 은행들이 손사래를 치자 먼저 FRC를 인수한 후 부실 대출을 줄여 재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FRC의 대출 1730억달러, 예금 920억달러, 증권 300억달러 등이 JP모건에 넘어가고 FRC의 90여개 지점도 JP모건으로 이전된다. 이에 앞서 예보는 FRC 예금 인출 보장에 총 130억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규정대로 예금당 25만달러까지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다.
미 당국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대형 은행을 상대로 매각을 적극 타진했고 입찰 시한을 4월 30일(일요일)로 설정해 다음 날 ‘블랙 먼데이(월요일 증시 폭락)’ 사태를 피하도록 했다. 입찰 결과 발표가 5월 1일 새벽 3시가 넘어 나온 것만 봐도 긴박한 결정임을 알 수 있다.
은행 연쇄 파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장은 FRC 인수 결정에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미 당국 의도대로 5월 1일 뉴욕 증시는 블랙 먼데이를 피했고 월가는 대개 FRC 위기는 마무리된 것으로 봤다. 이번 인수를 주도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미 은행 위기가 거의 끝에 도달했다”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중소 은행 파산으로 예금자들이 대형 은행으로 쏠릴 수 있다. 특히 JP모건의 FRC 인수로 대형 은행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특별 조치를 준비 중이다. 미국 규정은 특정 은행이 전체 예금의 10%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는데, JP모건이 FRC를 인수할 경우 1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화감독청은 앞서 “예보가 JP모건 손을 들어줄 경우 신속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규정을 고쳐서라도 FRC를 서둘러 JP모건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중소 은행 예금 인출 사태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인한 위기설도 제기된다. 저금리 때 이뤄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곧 돌아오지만 금리는 크게 뛰었고 부동산 값은 하락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FT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에 대거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쏟아지는 오피스 빌딩과 쇼핑센터 등을 정리하는 데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소 은행 위기 여진이 지속되면서 미 예보는 기존 25만달러 상한인 예금 보호 규정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준에 부합한다면 기존 25만달러 예금 보호 상한보다 더 많이 보호하는 ‘타깃 보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적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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