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심 한복판 나 홀로 대단지 ‘귀하신 몸’…논현동 옛 대장주 ‘동현아파트’ [재건축 임장노트] (17)
과거 ‘논고개’라고 불리던 논현동(論峴洞)은 그 이름처럼 영동우체국에서 반포아파트까지의 산골짜기 좌우로 논밭이 연결돼 있던 지역이다. 큰 언덕이 있어 침수 피해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부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층수가 낮지만 규모가 큰 고급 단독 주택이 많은 부촌이었다. 그간 부분적인 종 상향이 이뤄지며 단독 주택 자리에는 빌라들이 속속 들어섰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자 다시 노후화했다.
지금도 언주로를 중심으로 소규모 고급 주택이 속속 들어서고는 있지만 일대에 대단지가 없다 보니 논현동은 점차 인근 신사동이나 삼성동에 비해 조금은 낡은 이미지를 갖기 시작했다. 그나마 규모(?)가 좀 있는 단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신축된 곳은 경복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힐스논현(368가구, 2014년 입주)’과 강남 YMCA 부지를 재건축한 ‘논현아이파크(194가구, 2020년 입주)’ 정도다.
이런 논현동에 앞으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한때 논현동 대장주로 꼽혔던 ‘동현아파트’가 905가구 규모 새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서울시는 최근 제3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동현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동현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뒤 6년 만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1986년 준공돼 37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동현아파트는 두산건설의 모태인 동산토건이 사원 아파트로 쓰기 위해 지었다. 31·33·45·55평으로 구성됐는데, 당시에 31·42·53평이 있는 1~3동(최고 12층)은 임원용으로, 31평만으로 구성된 4~6동(최고 14층)은 사원용으로 사용됐다. 모든 평형이 계단식 구조다.
현재 6개동, 최고 14층, 548가구 규모인 동현아파트는 앞으로 10개동, 최고 35층, 905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늘어나는 357가구 가운데 126가구는 공공주택으로 공급된다. 평형별로는 ▲전용 59㎡ 286가구(공공주택 99가구 포함) ▲전용 84㎡ 445가구(공공주택 27가구 포함) ▲106㎡ 126가구 ▲133㎡ 48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또 수정·가결안에 따르면 동현아파트를 둘러싼 차도(도산대로50길, 언주로140길)는 폭을 6m에서 7m로 넓힌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38면)을 없애는 대신 아파트 단지 내 별도 출입구를 통해 이용 가능한 외부개방주차장(102면)을 설치할 예정이다. 단지 안에 건축한계선 3m 구간은 보행 공간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대상지와 논현동 한가람아파트 사이에는 보행자 전용도로(4m)를 계획해 주민들의 안전한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지 주변에는 작은도서관, 실내형 어린이 놀이터 등 공공 개방시설을 짓는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 110점으로 높아
1만평 넘는 대지(3만5535㎡)에 548가구가 입주한 동현아파트는 12~14층 아파트인데도 용적률이 174.5%, 건폐율은 15%밖에 안 된다. 동간 거리가 넓을 뿐 아니라 가구당 대지지분도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동현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65.1㎡(19.47평)다.
이제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재건축을 모두 마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가구당 대지지분이 높은 덕분에 동현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한 단지로 꼽힌다.
프롭테크 플랫폼 다윈중개가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동현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성 점수는 110점이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가 100점이면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고도 기존 평형과 같은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점수가 100을 넘기면, 같은 평형 아파트를 배정받고도 이익을 환급받는다는 뜻이다. 단 용적률은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 270%(제3종일반주거지역)만 적용받고, 3.3㎡당 일반분양가는 4800만원대라고 가정했다.
예컨대 31평 아파트를 보유한 소유주가 재건축 후 새 아파트 32평 1가구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 소유주는 2억2000만원가량을 이익으로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평형을 줄여 25평 아파트를 배정받는다면 돌려받을 환급금은 5억6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반대로 43평으로 늘려 신청한다고 해도 3억1000만원가량의 추가 분담금만 부담하면 된다.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2동 31평(대지지분 17.2평)과 4~6동 31평(대지지분 16.2평) 대지지분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점 정도는 기억하자. 애초에 1~3동은 최고 12층, 4~6동은 최고 14층으로 지어지면서 대지지분에 차이가 생겼다. 고작 1평 차이지만 이 작은 차이 때문에 같은 31평 소유주 사이에서도 40평대 새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는 우선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재건축 사업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동현아파트는 입지 면에서 장점이 많다.
우선 단지는 지하철 7호선·수인분당선 강남구청역이 가까운 더블역세권이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7호선 학동역도 멀지 않다. 차량을 이용하면 강남대로, 봉은사로, 논현로, 도산대로, 언주로 등 많은 도로가 관통하고 있어 도심 내 이동이 용이하고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으로 진입하면 도심 곳곳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학동사거리에 위례신사선이 개통하면 교통 여건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헬리오시티~삼성역~봉은사역~청담역~학동사거리역을 거쳐 신사역으로 이어지는 경전철이다.
상권도 탄탄한 편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신사동 가로수길이 가까워 다양한 카페, 식당 등을 이용하기 좋고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코엑스 등 상권과 멀지 않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이 지나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영동대로 지하화 등 주변에 개발 호재도 적잖다. 이외에 학생인 자녀가 있다면 언북초·중, 영동고에 다니기 좋다. 다만 언북중, 영동고가 단지에서 가까운 것과 달리 초등학생 자녀는 언북초까지 큰 대로를 건너고 한참을 걸어서 통학해야 한다는 점이 흠이다.
조합 전까진 OK…쪼개기는 불가능
한편, 강남구청은 최근 강남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에 대해 ‘행위허가 및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대상은 대치동 미도, 대치동 선경, 압구정 미성, 논현동 동현, 개포동 개포현대1차, 개포동 개포경남, 개포동 개포우성3차아파트 등 7곳이다. 일부 단지들에서 상가 ‘지분 쪼개기’ 정황이 감지됐기 때문에 재건축 투기 수요를 사전 차단한다는 취지인데 동현아파트도 여기 포함됐다.
지분 쪼개기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상가에서 보통 이뤄지는데 상가 지분을 여러 명으로 나눠 분양 자격을 늘리는, 일종의 ‘꼼수’다. 상가 지분 쪼개기는 추진 과정에서 일반조합원과 상가조합원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분 쪼개기 탓에 정비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나중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주범으로 꼽혀서다. 상가에서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가 발생하면 향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재건축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 강남구청의 조치는 나름 호재라고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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