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제왕의 귀환, 국평 21억 재돌파…다시 오르는 잠실 ‘엘·리·트’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5. 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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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로 나오면 종합운동장사거리가 있다. 9번 출구를 등지고 맞은편에는 끝도 없이 늘어져 있는 아파트 단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로 ‘잠실엘스’다. 2008년 준공한 단지로 총 72개동, 5678가구 대단지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과 잠실새내역 사이에 위치했으며 북쪽으로는 올림픽대로가 이어져 있어 탁월한 입지를 자랑한다. 잠실종합운동장(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며 야구팬 사이에서는 잠실야구장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로 불리기도 한다.

잠실엘스를 포함해 소위 잠실주공 재건축 3인방인 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이하 엘·리·트)의 가격 흐름은 부동산업계에서 늘 관심사였다. 세 곳 모두 단지 규모가 워낙 커(리센츠 5563가구, 트리지움 3696가구) 주변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데다, 입지도 훌륭해 인근 주민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세 곳은 모두 2000년대 후반 준공해 완전 신축 아파트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대단지답게 관리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통, 교육, 주거 환경 등 여러모로 송파구에서 가장 뛰어난 단지로 꼽힌다.

이처럼 인기 있던 엘·리·트였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택 시장 침체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맏형 격인 잠실엘스의 경우, 지난해 한때 전고점 대비 약 5억원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급기야 전용 84㎡ 기준 20억원 이하로 가격이 떨어졌다.

최근 들어 엘·리·트 역시 반등의 기미가 보인다. 실거래 기준으로 저점 대비 2억~3억원 이상 올랐으며 호가 역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계속되면서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려 다시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집주인은 호가를 올리는 반면, 매수자들은 연초 거래됐던 가격으로 물건을 찾다 보니 1~2개월과 비교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엘·리·트를 중심으로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동안 쌓였던 급매물이 소진되고, 직전 거래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단지가 잇따른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많이 내려간 상황을 틈타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촌 전경. 왼편에 ‘잠실엘스’와 ‘리센츠’가, 오른편에 ‘트리지움’이 보인다. (윤관식 기자)
반등하기 시작한 송파구

급매물 소진 후 호가 상승

3월부터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3년 4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07% 하락해 지난 4월 3주(-0.08%) 대비 낙폭이 축소됐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매수 심리 위축과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 유지 중”이라면서도 “일부 선호도 높은 지역 내 주요 단지 위주로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지역별 혼조세 양상을 보이며, 전주 대비 가격 하락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반등이 시작됐다. 서울 25개구 중 4월 4주 아파트 가격이 오른 곳은 단 4곳. 서초구와 강남구, 노원구 그리고 송파구다. 송파구(0.04%)는 노원구(0.04%)와 함께 4월 4주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파구는 4월 2주부터 4주까지 3주 연속 아파트 가격이 오른 유일한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엘·리·트를 중심으로 실거래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엘스 전용 84㎡는 4월 21억5000만원(22층), 21억8500만원(11층)에 각각 거래됐다. 2021년 10월 기록한 동일 면적 최고가(27억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4억~5억원 낮은 가격이지만, 올해 1월 18억7000만원(4층)까지 하락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약 3억원 반등했다. 리센츠 역시 전용 84㎡가 20억5000만원부터 21억원 초중반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트리지움은 전용 84㎡ 실거래가 17억8000만원부터 21억원까지 다양하다. 다만 유일한 17억원대 실거래가는 1층이라 다른 층수 매물 대비 비교적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량이 늘고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호가는 점점 오르고 있다.

현재 전용 84㎡ 매물 기준 잠실엘스는 22억원부터 23억5000만원까지 형성됐다. 리센츠는 20억5000만~23억5000만원 사이, 트리지움은 일부 저층을 제외하면 20억5000만원부터 22억원 사이에 매물이 나와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거래량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송파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89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86건)부터 거래량이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 1분기 거래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628건을 기록했다. 특히 엘·리·트가 속해 있는 잠실동의 경우 지난해 1분기 거래량은 23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123건으로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 반등 이유는?

바닥 다졌다는 인식 확산

그동안 대단지가 몰려 있던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급매 거래가 잇따르며 집값 하락세가 가장 가파른 지역으로 꼽혔다. 송파구에서는 엘·리·트 세 단지 가구 수만 약 1만5000가구에 달한다. 이들 단지 전용 84㎡ 매물의 심리적 지지선인 20억원이 무너지면서 송파·강동구 내 인근 단지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20억원 전후 급매물이 급격히 소진되며 다시 한 번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바닥에 대한 기대와 정부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미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은 이들 단지가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송파구, 강동구는 대단지가 많은데 대단지는 집값 하락기에 크게 떨어지고, 상승기에 많이 오르며 시세를 이끄는 특성이 있다”며 “집값 하락기 때 확연히 떨어지며 나온 바닥 매물들이 순차적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값 낙폭이 큰 상황에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1·3 부동산대책’에 따른 기대 심리 역시 송파구 집값이 반등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앞으로 추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다. 아직 시장 상황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높은 금리 등 불안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잠실동 전역은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사고팔 때 사전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는 6월 지정 기간이 종료되지만 연장 여부는 서울시에서 다시 검토한다. 만약 잠실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다면 본격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트의 경우 대부분 전용 84㎡ 기준 호가가 22억원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여전히 매수를 원하는 수요자가 있어 당분간 호가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6월 결정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가 집값 흐름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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