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경제사절단 중소벤처기업 어디?…미국인들도 롸버트치킨 먹으며 우영우 본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5. 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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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10여개 국가 제작사, 방송사에서 리메이크 권리 판매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미디어 시장인 미국 기업들과 협상에 주력해왔으며, 금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할리우드 회사와 구체적인 리메이크 협상을 논의했습니다. 공정공시 문제로 업체명과 계약 방식 등을 상세하게 말씀드리기는 힘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의 진전을 이뤘으며, 연내 해당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과의 콘텐츠 포맷 수출 계약은 향후 국내 콘텐츠 제작사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

“에버스핀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방미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백악관 환영 행사에 초대받아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만남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유력 VC 39곳이 한자리에 모인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서 ‘에버스핀’의 사업 모델과 지금까지의 사업 성과를 IR(기업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진출에 앞서 이미 일본, 인도네시아 현지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높게 사줬습니다. 그래서인지 IR 후 현지 VC와 미팅에서 시간이 부족할 만큼 많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습니다. 에버스핀의 미국 진출 가능성, 경쟁력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

윤석열 대통령 방미 후일담이 화제인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도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최병오 회장이 ‘글로벌 형지’ 실현 전초 기지로 미국을 낙점하고, 6월 LA 웨스트 할리우드 멜로즈 지역에 까스텔바작을 앞세운 ‘K패션 글로벌타운’ 건립을 공식화했다. 더불어 까스텔바작 미국 법인인 까스텔바작USA가 1000조원 규모에 이르는 미 연방정부 조달 시장을 겨냥해 필수 요건인 SAM(system for award management·미 연방조달청 계약관리 시스템) 등록을 완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중소벤처기업이 현지에서 신규 계약, 채용 등 의미 있는 결과물을 갖고 들어오면서 눈길을 끈다.

경제사절단 구성 어떻게

전경련 주도…122개 업체 선정

이번 사절단 구성은 전경련이 주도했다. 경제사절단 모집 공고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를 열고 2차례 심의를 거쳐 선정했다.

전경련 측은 “기대성과, 대미 교역, 투자 실적, 주요 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절단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로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4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모두 참여했다. 참여단 구성은 대기업 19개, 중소·중견기업 85개, 경제단체, 협회 14개, 공기업 4개 등 총 122개 업체로 이뤄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혁신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해 전체 사절단 중 약 70%에 해당하는 중견·중소기업 85개사를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분야별 성과 톺아보니

(1) 토종 기술 美 진출

에이버츄얼 300만달러 수출

‘공기 살균’ 관련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에이버츄얼은 이번 방미 일정 후 미국에 300만달러 기술 수출 MOU를 맺게 됐다. 이를 위해 미국 서부 지역에 연락사무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내 파트너사와 공기 살균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김태준 에이버츄얼 대표는 “창업 첫해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해 4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미국 수출도 하게 되면서 사절단에 지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수주 소식 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참여 회사와 수출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에이버츄얼처럼 토종 IT 기술 업체의 해외 진출 타진도 이번 사절단에서 본격 논의되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 프롭테크 기업 ‘알스퀘어’는 지난해 전년 대비 90% 증가한 18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화제가 된 업체다. 방미 경제사절단에 유일하게 포함된 프롭테크 기업이기도 하다. 상업용 빌딩 빅데이터만 국내외 30만개를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임대차, 데이터 애널리틱스, 매입매각 자문, 부동산 자산관리(PM), 인테리어, 리모델링까지 부동산 관련 사업을 두루 다루고 있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을 계기로 국내 진출 예정인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알스퀘어의 존재를 알렸다는 점, 글로벌 회사들의 한국과 아시아 시장 진출 시 알스퀘어와의 협업 기회를 찾았다는 점, 미국 주요 회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맞춤형 태양광 모듈 업체인 스마트기술연구소도 토종 기술로 미국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고 알려왔다. 이미 미국 회사에 전기차에 붙일 수 있는 태양광 모듈 납품 계약을 한 바 있는 스마트기술연구소는 이번 방미 기간 동안 관계를 맺은 현지 협력 업체 도움으로 새로운 태양광 관련 제품을 미국조달청에 등록·납품을 추진하게 됐다.

역대 경제사절단 통틀어 처음 이름을 올린 창대핫멜시트 스토리도 재밌다. 핫멜시트(heat transfer film)는 우리말로 열전사 접착필름이다. 운동 선수 유니폼 등 옷에 로고나 실사 사진 등을 고열과 압력을 가해 부착시키는 토종 기술이다. 창대핫멜시트는 매출의 90%를 수출에서 올리며 5000만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서삼상 대표가 창업, 이후 미국 회사에 투자받은 계기로 이번 사절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서 대표는 “관련 업계에서 국내 유일하게 대형 제조 설비를 갖춘 탄탄한 제조 업체로 이번 행사에서 윤 대통령이 한미 합작회사로 외화벌이까지 하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이라고 대외적으로 소개해 큰 힘이 됐다”며 “방미 기간 동안 만난 수많은 미국 기업인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이후 해외 매출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자율주행 레벨3, 그 이상을 가능케 하면서도 고가의 라이다 (LiDAR) 센서를 대체할 수 있는 4D 이미징 레이다 원천 기술 보유 회사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역시 이번 사절단이 큰 힘이 됐다. 2017년 창업, 미래유니콘 Big3, 소부장 스타트업 100, 아기유니콘 등에 선정되며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한 이 회사는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미국 대표 전기차 회사 관계자와 직접 미팅한 것은 물론 해외 VC와도 교류를 강화했다.

김용환 대표는 “현지 VC와 미팅하면서 단순 투자를 벗어나서 VC들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었다”며 “최근 개발한 도심항공교통(UAM), 모빌리티, 드론용 레이다에 주목, 현지 다양한 드론 관련 업체와 추가 미팅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초기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스타트업 ‘인앤아웃코퍼레이션’은 프레임을 없앤 ‘매직히든도어’를 이번 행사 때 미국 시장에 소개했다는 점을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류선종 대표는 “전 세계 아파트와 오피스 인테리어를 획기적으로 바꿔놓게 될 토종 기술 제품”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 성과”라고 말했다.

(2) 바이오

K헬스케어 현지 VC 호평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 스타트업 ‘웰트’가 자체 개발한 인지 치료 소프트웨어 ‘WELT-I’를 디지털 치료 기기로 허가했다. ‘WELT-I’는 수면 효율을 높여 불면증 환자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참고로 웰트는 2016년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출발한 웰트팀이 분사하며 설립됐다. 삼성, 한화, 스마일게이트, 한독, 포스코, IMM 등으로부터 1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경제사절단은 한미 첨단산업 포럼 등 다양한 부속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은 손경식 경총 회장(사진 왼쪽),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사진 오른쪽). (패션그룹형지 제공)
강성지 웰트 대표는 여세를 몰아 미국에서도 디지털 치료기 판매에 나서고 싶었다.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되면서 꿈은 좀 더 현실에 가까워졌다. 강 대표는 “워싱턴DC와 보스턴에서 가장 많은 VIP 행사(4회)에 초대받았다”고 자랑했다. 웰트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미국 기업과 논의를 시작하고, 대학과 MOU도 체결했다. 더불어 현지 학회에 참여해 보스턴의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고 스토리를 들려줬다. 한편 강성지 대표는 “경제사절단 행사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삼성이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덕분에 오늘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했다”며 활짝 웃었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대표도 싱글벙글이다.

지놈앤컴퍼니는 경제사절단 공식 행사였던 ‘K-스타트업 투자로드쇼’에서 유수의 미국 VC 등 기관 투자자들과 투자 협의를 진행했다. 최근 FDA에서 한 미국 회사가 최초로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투자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지놈앤컴퍼니가 연구개발뿐 아니라 생산 역량까지 폭넓게 보유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서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와 관련, ‘GEN-001’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하고자 임상2상 2건(위암, 담도암)을 진행 중에 있는데 이번 사절단 행사에서 미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의료 정보 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돕기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 ‘온톨’을 개발, 운영하는 스타트업 ‘테서’ 역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수현 테서 대표는 “병원에서 검사받고 난 후 의료 데이터를 해석하기 힘들어하는 일반인이 많은데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줄 수 있는 AI(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검사지 해석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재 약 2000여명 이상 암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이번 사절단 행사를 통해 다쏘시스템의 현지 바이오 헬스케어 파트 관계자,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물론 현지 헬스케어 회사와 미팅하면서 미국에서도 필요한 서비스라는 걸 알게 돼 미국 진출을 본격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셀러스 역시 이번 행사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기본적인 정보와 방향, 현지 VC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3) K콘텐츠

우영우·재벌집 막내아들 美 리메이크 눈앞

에이스토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미국 리메이크 계약을 조만간 할 것이라는 소식 외에 ‘유괴의 날’ ‘모래에도 꽃은 핀다’ ‘크래시’ ‘수성궁 밀회록’ ‘무당(가제)’ 등 국내 콘텐츠의 미국 진출도 눈앞에 두게 됐다고 밝혔다.

역시 이번 사절단에 포함된 K콘텐츠 제작사 ‘래몽래인’ 역시 미국에서 좋은 결과를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지난해 빅히트를 친 래몽래인은 해외 리메이크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는 “이번 사절단 행사에서 만난 할리우드 인사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미국 대형 콘텐츠 기업과 구체적인 사업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토종 OTT로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왓챠는 OTT 본고장에서 왓챠의 진가를 제대로 알렸다고. 박태훈 왓챠 대표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한국 콘텐츠 산업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미국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4) 진격의 K푸드

롸버트치킨 뉴욕 진출 청신호

이번 경제사절단에서 주목받은 산업 분야 중 하나가 K푸드다. 특히 그중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스타트업이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는 ‘롸버트치킨’으로 유명한 로보아르테는 이번 행사 때 많은 현지 투자자(VC)가 먼저 미팅을 제안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 한 건물에 롸버트치킨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치킨 요리용 튀김 로봇은 물론 2층에는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바텐더 로봇이 들어가는데 뉴욕에 산다는 한 VC 관계자는 이미 오픈 예정이라는 정보를 알고 찾아와 미국 유수 VC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미국 기관과 투자자를 만나보니 상상 이상으로 미국에 한국 로봇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들려줬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로봇이 만든 피자를 소개하고 있는 임재원 고피자 대표. (고피자 제공)
‘로봇이 굽는 1인용 피자’로 유명한 한국의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 역시 이번 방미가 회사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고피자는 ‘K스타트업 로드쇼’ 등에 참석, 현지 투자사와 미팅했는데 미국 진출을 전제로 약 1000만달러(130억원) 규모의 투자 협상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5월경이면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에 내년 하반기 정도 파일럿 매장을 오픈할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사절단에 참가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방미 경제사절단에 함께 참가한 여러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교류하며 바이오, F&B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한국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향해 큰 성장의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정말 밝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며 “새로운 자극과 영감의 시간이 됐다”라고 총평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8호 (2023.05.10~2023.05.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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