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상 받은 佛 작가 로랑 그라소, 페로탕 도산점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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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예술상인 마르셀 뒤샹상(2008)을 수상한 프랑스 개념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가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페로탕 서울 도산점에서 개인전 '아니마'를 한다.
외국 갤러리인 페로탕이 2016년 삼청점을 개관하며 가진 개관전 이후 7년여 만이다.
전시장에 나온 네덜란드의 중세 성당 한 가운데도 떡하니 구름을 그려 넣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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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름 등 비인간의 내면 표현
퐁피두센터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예술상인 마르셀 뒤샹상(2008)을 수상한 프랑스 개념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가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페로탕 서울 도산점에서 개인전 ‘아니마’를 한다. 외국 갤러리인 페로탕이 2016년 삼청점을 개관하며 가진 개관전 이후 7년여 만이다. 전시에는 회화, 영상, 조각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나왔다.
그의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이자 복선은 전시장 초입의 조각 같다. 각각 청동과 네온으로 된 나뭇가지 모양 조각인데, 잎이라고 생각한 자리에 눈이 달려 있다. 이는 2층에서 상영 중인 신작 영상 작품 ‘아니마’와 연결이 된다.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으나 수도승의 기도를 받은 덕분에 시력을 회복한 성인 오딜르의 전설을 담고 있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생뜨오딜르산이 영상의 무대다. 나무가 빽빽해 햇빛조차 잘 통과하지 않는 숲속에는 이끼가 무성한 바위가 있다. 그런 신비한 초록 숲에 듬성듬성 횃불이 초현실적으로 떠있다. 이따금 하늘의 구름도 숲의 중앙에 버티고 있다. 붉은 색 불이나 흰색 구름은 보이지 않는 정령의 눈이나 몸통 같기도 하다. 카메라는 큰 바위를 사람처럼 포착하기도 한다. 이따금씩 실제 사람이나 여우가 출몰하기도 하는 이 영상 작품은 나무, 동물, 바위가 인간처럼 내면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질학적, 신화적, 영적 힘의 융합에 흥미를 느낀다는 작가는 생태사학자와 함께 이 지역의 역사를 조사한 뒤 영상을 찍었다. 영상에는 인간과 비인간의 시각과 관점이 혼재한다. 라이다스캐너로 찍은 바위의 투명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는 영상에서 받게 되는 초월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작가는 불과 구름 등 초월적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회화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전시장에 나온 네덜란드의 중세 성당 한 가운데도 떡하니 구름을 그려 넣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중세 성당 아치 기둥의 정교하고 웅장한 묘사에 놀라게 되는데 이는 협업한 복원사가 그렸다. 작가는 개념만 제시했다. 그랑소가 제시한 개념은 뭘까. ‘과거에 대한 고찰’로 명명된 이 연작에는 과거와 현재 등 엇걸린 시간이 혼재한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성당 등 그림에서 끌어온 장면은 과거에 지어진 것이고, 구름은 현재의 것이다. 사람들의 뇌 작용을 연구해 관람객들이 어느 시간대를 보는지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시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6월 17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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