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이어 메시도 사우디행...미스터 에브리씽 '천문학적 베팅'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36·파리생제르맹)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행에 합의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AFP통신은 9일(한국시간)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메시의 사우디행이 ‘던 딜(계약 완료)’ 됐다”고 속보로 전했다. 이어 “메시는 다음시즌 사우디에서 뛴다. 초대형 계약이며, 세부 조율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팀 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우디에서 자금력이 가장 풍부한 최강팀 알 힐랄이 유력해 보인다.
현 소속팀인 프랑스 파리생제르맹 관계자도 AFP 통신에 “만약 우리가 메시와 재계약을 할 것이었다면 진작 했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메시와 결별을 인정했다. 다만 유럽 현지에서는 ‘최종 확정은 아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온다.
메시는 계약기간이 올해 6월까지인 현 소속팀 파리생제르맹과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메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막지 못했고,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듣기도 했다. 사우디 관광청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메시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리그1 로리앙과의 경기를 마친 뒤 팀 훈련을 무단 불참하고 사우디를 다녀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팀 징계를 받은 메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양복을 입고 사과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메시가 유럽 잔류를 위해 친정팀 FC바르셀로나(스페인)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품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시의 사우디행이 최종 확정된다면 ‘필생의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와 사우디에서 다시 ‘메호대전(메시와 호날두 대전)’을 펼칠 전망이다. 앞서 호날두는 작년 12월말에 연봉 2억 유로(2877억원)에 사우디 알 나스르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메시가 사우디에서 받을 연봉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에 메시가 알 힐랄로부터 호날두 연봉의 2배인 5745억원 제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인 8700억원에 달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AFP통신은 “메시와 호날두 모두 세계 최대 국부 펀드인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자금을 지원한다. 메시를 데려가는 것은, 특정 클럽이 아니라 사우디”라고 전했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PIF의 ‘오일머니’를 앞세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를 출범 시켰다. 또 2029년에 네옴 시티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고, 2030년 월드컵은 물론 올림픽 개최까지 노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 호날두에 이어 메시까지 데려오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사우디가 원대하게 추진 중인 ‘비전 2030’의 퍼즐 중 하나다. ‘미스터 에브리싱’이라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석유 중심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문화, 스포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힘)’로 국제적인 지위와 명성을 강화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러나 인권탄압국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스포츠 워싱(sportswashing)’에 스포츠가 도구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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