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피고인들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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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9일 <조선일보> 는 '법 이용해 법 피하고 농락하려는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조선일보>
피의사실공표는 현행법 위반이나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피고인의 권리로 적법행위이다.
<조선일보> 는 사설에서 친절하게도 "제주도 사건의 경우 증거기록만 1만여쪽에 달한다"면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을 설명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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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9일 <조선일보>는 '법 이용해 법 피하고 농락하려는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이에 제주 국가보안법 사건의 변호인인 고부건 변호사가 <오마이뉴스>에 반박성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고부건 기자]
▲ 2023년 5월 9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法 이용해 法 피하고 농락하려는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 |
ⓒ 조선일보 PDF |
<조선일보>가 9일 사설을 통해 제주도와 창원의 국가보안법사건 피고인들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여론재판 시도'로 규정하고 문제삼았다. 이 신문이 여론재판을 문제삼는 것을 보니 어리둥절하다.
이 신문은 사건 초기부터 '단독'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통해 피고인들의 피의사실을 마음껏 공표했다. 여론재판을 벌인 것은 다름 아닌 <조선일보>였다. 현재 피의사실이 담긴 단독 기사를 쓴 기자는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검찰의 말을 빌려 '간첩수사정보가 공개되면 향후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만, '단독' 제목을 달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수사정보를 흘린 것은 <조선일보>이다. 간첩수사에 지장을 초래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이다.
누가 피의사실공표로 여론몰이를 하는가
<조선일보>는 피의사실공표로 여론이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피고인들의 삶은 지역사회에서 배제되고 고립됐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그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도민의 여론은 이 신문의 뜻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예전엔 시국사건이 벌어지면 진보인사들만이 피의자 구명운동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전혀 그렇지 않다. 평소에 진보활동을 하지 않았던 평범한 시민들이 피고인들의 무죄를 탄원하며 나서고 있다.
가령 제주도 사건의 피고인으로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 중인 고창건 전국농민회 사무총장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고창건 총장은 무죄"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제주의소리 2023년 3월 21일 기사, 구속된 고창건 전농 사무총장 단식 32일째... 초등동창들 "석방하라" 촉구).
제주도 사건의 또 다른 피고인으로 역시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 중인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경우도 그와 평소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박현우 위원장의 무죄를 탄원했다(제주의소리 2023년 3월 27일 기사, 구속된 박현우 위원장 직장동료들 "윤석열 정부의 공안몰이규탄"). 이 분들은 평소에 진보적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평범한 도민들이다.
필자는 고창건 총장과 박현우 위원장에 대한 탄원이 중도층에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중도층의 민심은 <조선일보>의 의도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누가 피고인의 권리를 나무라는가
피의사실공표는 현행법 위반이나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피고인의 권리로 적법행위이다. 지금 상황은 위법행위자가 적법행위자를 나무라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친절하게도 "제주도 사건의 경우 증거기록만 1만여쪽에 달한다"면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을 설명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필자는 이 말을 검찰과 재판부에게도 해달라고 <조선일보>에 부탁한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인 피고인들은 검찰이 제시한 방대한 증거기록을 읽느라 지금 쩔쩔매고 있다. 그래서 피고인들은 기록을 읽을 시간을 달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왜 이렇게 재판을 빨리 안하냐?'며 다그치고 있다.
또한 이 신문은 피고인들의 진술거부권 행사를 문제삼고 있다. 피고인들은 수사 초기부터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진술을 받아내겠다며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위법한 것 아닌가? 입을 강제로 열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또한 그들은 변호인의 묵비권행사 종용을 문제삼는데,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하는 게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조선일보> 스스로도 사설에서 "아무리 간첩이라도 법적 권리는 갖고 있다"라고 하지 않았나?
<조선일보>의 2023년 5월 9일 사설은 어느 한 부분도 맞는 내용이 없다. 피고인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괜한 트집잡지말고 자신들의 피의사실공표행위나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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