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내는 한일 경제협력...'키'는 반도체·수소경제·관광
‘셔틀외교’ 복원으로 꼬여있던 한일 관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양국 경제협력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이번 회담 이후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수출 규제’가 사실상 해소됐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2021년 3년 동안 일본의 대(對)한국 제조업 직접 투자액은 2782억 엔으로 직전 3년보다 57.6% 줄었고, 한국의 대일본 투자도 같은 기간 42.9% 줄었다. 한경연은 관세청·일본은행 통계 등을 분석해 “한일관계 악화 후 3년 동안 대일 수출 감소 13조5200억 원, 일본인 직접투자 6조8000억 원 등 약 20조원의 경제효과가 사라졌다”고 결론 내렸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후 허가·심사 절차가 달라져 한국 기업에는 교역 장벽으로 작용했고 양국의 투자 결정, 수출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이런 까다로운 장벽이 사라지면서 양국의 상호 교역ㆍ투자가 활발해지고, 글로벌 경제 블록화 분위기에서 한일이 함께 대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부장 강국 일본과 반도체 공급망 구축 성과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자 국내 업계도 소부장 국산화 및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해왔지만 일본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웠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일본 소부장 산업 무역수지 적자는 2019년 약 187억달러(약 24조800억원)까지 줄었다가 2022년 약 250억달러(약 33조원)로 오히려 늘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에서 계속 반도체 소재 등을 수입하기보다 일본의 소부장 기업이나 관련 시설을 국내에 유치하고, 나아가 R&D(연구 개발) 협력까지 이뤄진다면 경제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경제 도입 위한 공통 과제도 많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수소경제 협력도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소를 제조하고 저장ㆍ운반하는 기술은 일본이 한국보다 한수 위”라며 “기술 교류가 활발해지면 일차적으로 국내에 수소를 들여오기 쉬워지고, 나아가 한일 양국이 제3국에 수소를 제조하는 플랜트(공장)를 함께 건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소는 탄소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석탄이나 LNG와 함께 발전 연료로 사용할 경우 투입되는 양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기체 상태인 수소는 부피가 너무 커서 액체로 만들어 저장ㆍ운반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걸림돌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수소 중에서도 청정수소(그린수소)를 만드는 게 어려운데 한일 양국이 공동 연구나 개발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일본인 2012년 수준 회복하면 경제효과 5조원
중국에 대한 대외 무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선택지를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한ㆍ일 관계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 구조가 2017~2018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연간 수출액이 약 26억9000만 달러(3조57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 보면 대일본 수출 비중이 크게 감소한 철강, 석유제품, 가전, 차부품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양국의 정치ㆍ외교 관련 이슈가 또 다시 경제 문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상호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 센터장은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 어느순간 그게 무기로 변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한일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협력을 이어 나간다면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것보다 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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