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걷자더니…정유 4사 1분기 영업익 3.5조 급감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정유부문 경영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악화했다. 유가와 함께 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을 뺀 마진)이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뒷걸음질한 탓이다. 지난해 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자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내용의 ‘횡재세’ 추진 논의가 무색할 지경이 됐다.
GS, 1분기 영업익 1.6조…전년 대비 14% 하락
9일 ㈜GS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14.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전 세계 유가 하락과 경기 둔화가 꼽힌다. ㈜GS는 에너지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를 통해 GS칼텍스를 지배하고 있어 GS칼텍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실적에 반영된다. GS칼텍스의 올해 1분기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14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6% 급감했다.
다른 정유 업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은 정유부문에서 각각 2748억원, 2906억원, 19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사 영업이익에 비해 각각 81.8%, 75.8%, 70.9%나 줄어든 수치다. 정유 4사를 모두 더하면 영업이익 감소분이 3조5297억원이었다.
업계 실적 악화…정제마진 추락 탓
이는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해 석유 제품 수요가 꺾이면서 정제마진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직접 원유를 시추하지 못하는 국내 정유사 특성상 정제마진이 줄어들면 실적도 덩달아 나빠지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2.6달러까지 하락했다. 통상 4~5달러선을 손익 분기점으로 보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2달러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국제 유가의 상황도 좋지 않은 것도 한몫 한다. 정유사들이 이전에 사놓은 원유 가치가 떨어지면서 회계상 손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0.3달러로, 지난해 동기 84.88달러 대비 5.4%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하반기를 주목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로 인해 차량 이동 수요가 늘어나면서 업황이 개선되는 경향(드라이빙 시즌)이 있고,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를 끝내고 경제 활동이 활발히 재개되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는 정제마진의 상방 압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해 항공 여객 수요가 회복될 것을 고려하면 휘발유·등유·항공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 불안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정제 마진의 하락세도 빠르다”며 “하반기에 실제로 영업환경이 호전될 지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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