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어 이재명·오세훈도 탔다…‘지옥철’ 해결 뛰어든 그들
최근 수도권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지옥철’ 이슈에 여야 중량급 정치인이 잇따라 끼어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9호선을 탔다. 여의도역에서 노량진역을 거쳐 동작역까지 가는 급행열차였는데, 서울 서부권에서 강남권으로 출근하는 승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 시장은 7분 동안 ‘만원 지하철’로 밀려드는 승객과 몸을 밀착한 채로 서 있었다.
오 시장은 직후 페이스북에 “앞 뒤로 빈틈이 없을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다”며 “4월부터 운행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밀려드는 승객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시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추가 조치를 서두르겠다”고 적었다. 그러곤 ▶올해 말부터 9호선 신규 전동차 투입 ▶2·4·7호선 신규 전동차 추가 배치 등을 지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은 시민의 발인 만큼 오 시장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하철 9호선은 오 시장의 첫 서울시장 임기 도중인 2009년 개통됐다.
또 다른 대표적인 혼잡 노선인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 이슈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적극적이다. 김포골드라인은 최대 240%에 달하는 혼잡도로 악명이 높다. 일반 전동차보다 작은 경전철인데다가 8~10량인 일반열차에 비해 적은 2량으로 운행되기 때문이다.
김포골드라인을 지옥철에 비유하는 등 각종 불만이 쇄도하자 원 장관은 직접 혼잡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 이용객 분산을 위한 ‘70번 버스’를 탔고 지난달 20일 오후에는 퇴근길에 맞춰 김포골드라인 지하철에 올랐다. 그리고는 “관계자분들께서 승·하차 승객 안전을 위해 무거운 책임을 느껴달라”고 당부했다. 원 장관은 혼잡도 완화 대책으로 ▶개화역~김포공항 입구 구간 버스전용차로 5월 중 조기 준공 ▶셔틀버스 무제한 투입 등을 약속했다.
‘골병라인’으로까지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여야는 신경전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 장관이 김포를 찾은 지 닷새만인 지난달 25일 출근 시간대에 김포골드라인 열차에 올랐다. 이 대표는 “제가 김포 옆 인천 계양구에 살고 있어서 교통난을 짐작은 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5호선 연장인데 서울시에서 관계없는 건설폐기물처리장(건폐장) 이전 문제를 연계시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가 5호선 연장의 단서 조건으로 서울 강서구 소재 건폐장의 김포 이전을 요구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가장 큰 문제는 2량짜리 ‘초미니 경전철’이 다니도록 역을 만든 것인데, 이 결정을 할 당시 김포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라며 “운행을 시작한 2019년 경기지사도 이재명 대표였다”고 맞받아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5호선 연장 문제도 서울시는 전향적인 협조 중”이라고 했다.
이렇듯 지하철 이슈를 놓고 여야의 핵심 정치인이 앞다퉈 나서는 것은 수도권이 최대 표밭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원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빠른 해결을 통해 민생과 밀접한 교통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며 “9호선이 경기권과 서울을 두루 잇는 노선이어서 오 시장 입장에선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지지세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경기지사 출신인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지역구(인천 계양을)가 있는 서부 수도권은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라며 “최대 현안인 김포골드라인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과를 내는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서울·경기·인천 유권자가 20대 대선 기준으로 2230만명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만큼 이들의 표심을 얻는 것이 차기 주자로서는 중요하다”며 “지하철은 ‘민생’이라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차기 주자들이 잇달아 방문하는 것”이라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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