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라덕연, 오후엔 前프로골퍼…'주가조작 일당' 줄체포
소시에테제네탈(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 합수1팀(팀장 이승학),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이 9일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을 줄체포했다. 라덕연(42) R투자자문사 대표와 투자자 모집책으로 꼽히는 변모(40)씨, 프로골퍼 출신 안모(33)씨 등이다. 합동수사팀은 전날(8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라씨를 자택에서, 오후엔 변씨를 자택 인근에서, 안씨를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무등록 투자일임업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이다. 수사팀은 이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분증을 받아 개통한 휴대전화로 투자일임업을 하면서 통정매매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등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투자자 몫의 수익금 절반을 수수료로 받아 챙기면서 개인 명의가 아닌 S골프연습장·N갤러리·R방송제작사 등 20여개 법인 명의로 송금토록 해 범죄수익을 숨기는 한편, 세금을 회피한 혐의(조세포탈)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지난달 28일 출범한 수사팀은 지난 3일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라씨와 그의 측근들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라씨를 비롯한 피의자들의 계좌영장을 발부받아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밖에도 투자자들이 맡긴 것을 비롯해 라씨 일당이 주식 거래 등에 사용한 휴대전화 200여대를 확보해 이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신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는 라씨 등에 투자를 일임한 고액 투자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과거 라씨가 대표를 지내고 현재 변씨가 대표로 있는 H투자자문사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관계인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라씨 측은 전날까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공매도 세력과 공모해 자사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폭락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책임을 떠넘겨 왔다. 그러나 수사팀은 지금까지 수집한 객관적인 증거나 사건 관계인 진술만으로도 라씨 측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보고 별도의 출석 요구 없이 신병부터 확보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범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서 중한 처벌이 예상되고, 지금까지 조사된 사정을 종합하면 정상적으로 출석을 요구할 경우 불응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르면 11일 라씨·변씨·안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한편, 주가폭락 피해자 66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라씨·변씨·안씨 등 이 사건 핵심 인물 6명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업무상배임,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라덕연 일당과 극소수의 공모자들은 주가조작 행위로 엄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지인의 소개를 받고 들어간 사람들이나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투자한 대다수 피해자들은 라씨가 기획한 폰지사기의 피해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형진 변호사는 “선량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주가조작에 이용한 것 자체가 폰지사기의 측면을 갖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가 가려질 때까지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채권 추심을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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