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에 尹 “국정기조 안 맞추면 과감하게 인사조치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장관들에게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에서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변화시켰는지 정확하게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장관들은 더 확실하고 더 단호하게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라”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 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되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금융투자 사기로 인해 청년과 서민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며 “파급력 있는 금융분야는 리스크가 발생하면 적기 조치해야 하는데, 시장교란 반칙행위자들에 대한 감시적발체계가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선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며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마약을 중고생들이 피자 값으로 사는 세상”이라며 “법 지키는 사람은 힘들고, 법 어기는 사람은 활개치면 이것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며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전 정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최근 문 전 대통령이 다큐멘터리에서 “5년 간의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고 말한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곧 대한민국이 바로 서고 있다는 이유로, 국정 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오는 16일 6년 만에 민방위 훈련이 재개되는 것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국민 스스로를 지키는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실제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으로 실제상황에 대처하는 민방위 훈련을 세계 많은 나라가 실전처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 문제 의식을 정확히 가지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변화 원하는 국민들께서 정권을 교체해 주신 것이다. 평가 기준은 국익이자 국민의 이익이 돼야 한다”는 말로 국무회의를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김은혜 수석은 “용산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변화”라며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는 과거 정부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한 문제 의식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감한 인사 조치’와 관련해 “국무위원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그립을 잠지 못 하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잘한 건 잘한 대로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일하는 마음가짐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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