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주식, 중년엔 채권'…TDF로 굴리는 연금 10조원 돌파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출시 7년 만이다. 오는 7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TDF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도 빨라질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TDF로 운용되는 연금 자산은 1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TDF 누적 순자산은 11조원이었다. TDF는 은퇴 시점을 목표로 삼아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펀드다. 젊었을 때는 공격적(주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다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채권)으로 자산 배분을 바꾸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방식을 활용한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금 상품으로 운용되는 TDF는 2016년 4월 출시됐다. 2018년 순자산이 1조1000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에도 3개월 동안 순자산이 4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주식 등 투자하는 실적배당 상품 중 19%가 TDF로 운용되고 있다.
문유성 금투협 연금부장은 “2020∼21년부터 퇴직연금 실적배당 상품 중 TDF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시기 투자 인구 확대와 인식 변화도 있지만, 연금 펀드의 70%까지만 실적 배당 상품을 담을 수 있었던 규정이 2018년 하반기 100%까지로 개정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TDF는 은퇴예상 시기에 따라 TDF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등 빈티지(은퇴목표시점)으로 상품이 나뉜다. 예컨대 2030년 전후 은퇴할 예정이라면 생애주기로만 보면 TDF 2030이 적합한 상품이라는 뜻이다.
TDF 2025이나 2030의 경우 주식 비중이 20~30%이고, TDF 2045, 2050 등은 주식 비중이 70~80% 정도로 올라가는 등 빈티지가 높을 수록 고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TDF 2025이나 2030 등의 주식 비중이 낮은 건 수익을 덜 내는 대신 은퇴 시점에 대규모 손실에 노출되는 ‘꼬리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빈티지를 꼭 은퇴시점에 맞출 필요는 없다. 높은 수익률을 노릴 경우 자신의 은퇴 예상보다 투자기간 더 긴 빈티지의 TDF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순자산 기준으로 비중이 가장 큰 상품은 TDF 2025로 전체의 22.2%를 차지한다. 이어 TDF 2030(20.4%)와 TDF2045(16.8%) 등의 순이다. 문 부장은 “현재 TDF 2025와 2030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진 투자자가 안정적 투자를 유지할 필요가 생기며 저위험 섹터의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TDF의 누적수익률은 15.7%다. 같은 기간 물가 누적 상승률(11.6%)과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누적 수익률(9.1%)을 웃도는 수치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증시 상승기에는 원리금 보장형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증시 하락기에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손실이 적은 영향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TDF는 평균 14.8% 손실을 봤다. 국내(-26.8%) 및 해외(-25%) 주식형 펀드보다는 손실이 적었지만, 원리금 보장형 상품(1.9%)에 비해 변동성은 컸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투자 상품인 TDF 특성 상 단기간에는 손실을 볼 수 있고 실제 미국의 경우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퇴직자들의 TDF 손실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면서도 “다만 TDF를 장기적으로 운용한다면 원리금보장형 상품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만큼 동일 빈티지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낮은 상황이 아니라면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으로 TDF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디폴트옵션 적격상품으로 인정한 실적배당형 220개 상품 중 TDF가 포함된 상품 개수는 165개다.
나석진 금투협 산업시장본부 본부장은 “TDF는 국내 최초의 연금 특화형 상품으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고 연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장기·적립식이라는 연금 투자의 속성에 TDF가 잘 부합하며, 궁극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국민들의 연금자산 증식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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