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봄비, 역대급 홍수 전조? 가뭄 해소 일등공신의 돌변

정은혜 2023. 5. 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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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동복댐의 저수율이 최근 많은 양의 비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전국에 내린 비로 환경부 소관 34개 댐의 저수량이 일제히 상승해 일부 댐은 가뭄 단계가 해제됐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이어지던 기상 가뭄도 대부분 해소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역대급 봄비’가 여름철 ‘역대급 호우’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조 증상일 수 있어 홍수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가뭄 심각→정상으로 세 단계 건너 뛴 전남 식수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9일 환경부에 따르면 4일~7일 내린 비에 가뭄 단계로 관리 중이던 댐 중에서 심각 단계인 2곳(주암댐·수어댐)이 정상 단계로 돌아왔다. 주의 단계였던 영천댐도 곧 정상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주암댐 저수율은 비가 온 뒤 8.3%포인트 상승해 29.1%에 도달했다. 25.5%였던 수어댐 저수율은 90.4%까지 급상승했고, 영천댐은 4.1%포인트 상승해 8일 7시 기준 41.6%를 기록했다.

다만 전라권 섬진강댐과 평림댐 유역은 각각 85㎜와 147㎜의 많은 비에도 심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경상권 안동댐·임하댐·합천댐·운문댐도 주의 단계에, 충청권 보령댐과 대청댐도 주의와 관심 단계에 머물렀다. 당국은 이들 댐을 계속 가뭄 단계로 관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마 기간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이번 가뭄의 큰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가뭄 집중에 댐 말라가던 충청권도 한숨 돌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번 비는 남부에서 충청권으로 번지던 기상가뭄에 제동을 걸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7일 사이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81.7㎜의 비가 쏟아지며 충청권을 중심으로 지속되던 기상가뭄이 대부분 해소됐다. 2일 기준 기상가뭄은 세종·대전을 비롯한 충청남·북도 전역과 주위 일부 지역 등 69개 시·군에 나타나고 있었지만, 7일 기준 충청권 3곳으로 줄었다.

기상가뭄은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과 비교했을 때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기상가뭄이 지속되면 최근 주의·관심 단계로 진입한 충청권 댐 2곳(보령댐·대청댐)의 가뭄 단계를 상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기상 당국의 예측대로라면 가뭄은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예상 넘는 집중 호우 가능성…홍수 적극 대비해야”


8일 오후 전남 화순군 이서면 화순적벽 앞 동복호의 모습(위), 아래는 가뭄으로 저수량 19%로 떨어진 지난 3월 20일 모습. 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강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5월에 지난 주 수준의 비가 내리는 건 흔하지 않다”며 “이제 예상치 못한 범위에서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2주 뒤를 예측하는 중기 예보가 재난 대비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기상 당국이 중기 예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현한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는 극한 기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미 캘리포니아에서는 3~4년 내리 가뭄을 겪던 지역에 홍수가 일어났다”며 “이렇게 극한 기상이 충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한국도 빠르게 홍수 대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전부터 가뭄에 시달리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는 지난 겨울 3주간 90조리터의 비가 북서부 지역에 집중돼 19명이 숨졌다.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은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다량의 수증기가 좁고 기다란 띠 모양으로 비구름을 형성하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이 기후변화 탓에 강도가 세졌다고 분석한다.

강풍과 호우특보가 내려진 지난 5일 오전 제주시 도심에 호우가 쏟아지는 모습. 뉴스1

서동일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올해는 특히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탓에 5~7월에 태평양의 많은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돼 홍수가 발생할 조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측·예보·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국지성 호우에 오염물질을 유출할 가능성이 있는 시설물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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