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ID 판정 취소 노린 법무부...일단 '론스타 배상액' 6억 줄였다
옛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라 론스타에 줘야 할 배상금이 잘못 계산됐다는 우리 정부 주장이 수용되면서 약 6억원의 배상원금이 줄었다. 법무부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문 취소신청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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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SID, 론스타 배상금 계산 오류 인정
법무부는 9일 “ICSID 중재판정부가 정부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 배상원금을 종전 2억1650만달러에서 2억1601만8682달러로 정정했다”고 밝혔다. 배상원금이 48만1318달러가 줄었으며, 현재 환율 1320원 기준으로 약 6억3534만원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ICSID는 지난해 8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855억원, 당시 환율 1300원 기준)와 이자 18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 관련 차별적인 조처로 수조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ICSID에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8월 ICSID의 결정에 대해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국내 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후 ICSID 판정문을 공개하는 등 판정 취소신청을 준비해왔다. 동시에 판정문 내용 중 배상원금이 과다 책정되고 이자가 중복 계산된 부분을 발견해 지난해 10월 판정문 정정신청을 냈다. 배상원금에 2011년 5월 24일부터 같은 해 12월 2일까지 이자액 20만1229달러, 2011년 12월 3일부터 2013년 9월 30일까지의 이자액 28만89달러가 이미 포함돼 있어, 배상원금과 이자가 중복·과다 산정됐다는 것이다.
판결문 정정신청과 취소신청은 별개의 절차로 정정신청 결과가 취소신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ICSID의 판정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배상원금 오류를 잡아낸 만큼 취소신청 준비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정신청 결과가 이날 나오면서 정부는 120일 안에 취소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무부와 관계 부처는 지난해 8월 ICSID의 결정 이후 정부를 대리하는 로펌과 ISD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취소신청 여부에 대해 의견을 들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소신청 인용 비율이 통계상 10%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취소신청 사유가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판정무효는 ▶판정부 구성 잘못 ▶명백한 권한 일탈 ▶부패행위 ▶절차규정의 심각한 위반 ▶판정문 이유 미기재 등 5가지 근거를 놓고 다투게 된다. 취소신청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심리가 아니라 ICSID의 판단이 나오게 된 절차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일종의 재심 성격이다.
절차 따지는 취소신청…공정성 입증이 관건
‘절차규정의 심각한 위반’과 ‘판정문 이유 미기재’는 ICSID에 제출된 증거와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과정에 대한 이의 제기로, 취소 소송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근거다. 특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할 당시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는 바람에 매각 가격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대해, ICSID의 증거 채택부터 결론을 내린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절차규정 위반과 판정문 이유 미기재 사유로 취소신청이 인용될 경우,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판정이 취소되며 배상원금도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인 최초로 ICSID의 중재 재판장을 맡았던 신희택 변호사는 “공개된 판정문만으로는 취소신청 결과를 가늠할 수 없지만, 법무부의 정정신청이 수용된 것을 보면 정부에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취소신청 준비도 다 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쪽 증거를 근거없이 배척하거나 결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취소 결정을 끌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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