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 날리고 훌리건툴로 문 땄다…갑판 위 10분의 육탄전 [영상]
“불법조업 추정 외국어선 발견! 채증 완료. 나포 지원 바람!”
9일 오전 10시20분쯤 해경 항공기로부터 무전을 받은 3008함정 조타실이 분주해졌다. 서해 대청도 서방 약 9㎞ 지점에서 어구를 끌고 있는 불법조업 어선 4척을 포착했다는 내용의 무전이었다. “여기는 OSC(지휘함). 대상은 타깃 1번, 2번, 작전 세력은 37도 42분 노스, 124도 36분 이스트로 집결” 김성훈 3008함장의 지시가 내려지고 약 20분 남짓. 항공기 3대, 함정 3척, 고속단정 4척이 대청도 인근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포 작전의 막이 올랐다.
“꼬마(고속 단정)는 타깃 1, 돌고래(특수기동정)는 타깃 2, 잠자리(헬기)는 나머지 어선 차단” ‘작전 세력’은 세 갈래로 나뉘어져 어선을 쫓기 시작했다. 추격이 시작되자 어선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EEZ에선 목표물이 대규모 선단 사이로 숨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중국 해경이 개입할 우려도 커진다. 현재 중국 어선 속도(시속 18㎞)라면 10분 안에 EEZ에 도달할 듯 보였다.
“파바박” 그 순간 불법조업 어선의 선수(船首)가 번쩍였다. 고속단정에 탄 해상특수기동대(기동대)가 섬광탄을 터트린 것이다. 뒤이어 붉은색 연막탄이 어선 안으로 투척됐다. 시야를 흐리게 한 뒤 등선(登船)하기 위한 해경의 비책이었다. 특수기동정의 소화포도 연이어 물을 뿜었다. 연이은 공격에 흉기를 들고 갑판을 지키던 선원의 대오가 흐트러졌다. 이윽고 진압복과 방탄헬멧으로 무장한 기동대원이 뛰어들면서 갑판 위에선 육탄전이 펼쳐졌다.
선원을 제압했지만, 어선은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굳게 닫힌 기관문을 열고 엔진을 꺼야 했다. 훌리건 툴(쇠 지렛대)과 원형 메탈 톱을 동원한 끝에 EEZ에 이르기 전 가까스로 문이 열렸다. 어선 안엔 까나리, 꽃게 등 수산물 약 100㎏이 실려있었다.
‘3無어선’ 폐선에도 줄지 않는 불법조업
적발 사례도 적지 않다. 1~5월 해경이 퇴거한 중국어선은 943척. 나포한 중국어선은 29척이다. 지난달 14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선 70t급 중국어선 1척이 불법조업이 적발되자 도주하다가 해경에 나포됐다. 3월 29일엔 연평도 동쪽 9.2㎞ 해상에서 중국어선 1척이 불법 조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중국인 선장이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한 탓에 해경이 최루탄을 투척하는 일도 있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해경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올해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관련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23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특히 나포 선박 등 관리(5.6억원→10억원), 단속훈련·전술 용품(1.8억원→5.4억원) 부문 예산이 대폭 늘었다. “1인당 약 20만원이었던 전술용품 비용을 50만원으로 늘렸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9일 작전에 투입된 한 기동대원은 “그간 사이즈가 맞지 않는 진압복과 방탄 헬멧이 많아서 작전 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이날 단속훈련을 참관한 뒤 대청도 어민들과 만나 “불법조업 외국어선 때문에 서해 어민들이 고충을 겪는 일이 없도록 엄정히 단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청도=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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