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먹고사는 일' 말했던 尹…1주년엔 文정권 폐해 언급

이기민 2023. 5. 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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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시절 '검수완박' 언급 피했지만
1주년 앞두고 사기·마약 등 文검찰개혁 성토
尹정부 복원 증권합수단·마약수사 성과
전세사기 피해 구제도 신속
안심했던 경상수지 연속 적자
물가·세수부족·성장률 등 민생지표 하락 관련
국민 위로·전망 제시 부족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증권합수단 폐지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고 원상회복을 위한 현 정부의 노력을 부각했다. 지난해 검수완박에 대한 질문에 "국민들 먹고사는 일에 신경 쓰겠다"며 검찰 관련 질문에 언급을 피했던 것과 결이 다른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민생불안과 경상수지 적자, 세수 부족,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등 경제지표 악화 관련 상세한 설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 치게 만들었다"며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마약범죄 급증과 관련해서도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땠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했다"며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전세사기, 가상자산사기, 마약범죄가 급증한 것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서민과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취임 1년간 해당 수사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이날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로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의혹 핵심으로 지목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를 체포했다. 또한 1호 사건인 테라-루나 폭락사태와 관련해선 공동창업자들도 재판에 넘겼고,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등으로 재판을 받는 권도형 대표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마약 단속 강화하겠다고 천명하며 마약과의 전쟁 중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이 부패·경제 범죄로 검찰 수사권 범위를 축소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처리하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올 1~2월 마약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4% 증가했고, 마약류 압수량도 전년 동기 대비 57.4% 늘었다. 마약 암수범죄를 포함하면 국민 100명 중 1명이 마약범죄 연루된 상황이라 검찰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수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전세사기와 관련해서도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3개의 특별법이 통과되는 즉시 지원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피해지원준비단'을 9일 발족했다. 논의되는 법안은 특별법은 3개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조오섭 의원안),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심상정 의원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김정재 의원안)이다. 지난달에는 윤 대통령이 경매 중단 지시를 내렸고, 정부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도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경·공매 유예 실행방안 및 피해자 지원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1년 전보다 한미동맹 강화 등과 더불어 세일즈 외교 성과 내고 있다고만 언급해 1주년을 앞둔 국무회의 모두발언치고는 민생의 어려움에 대한 위로와 전망 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비교적 최근 도어스테핑인 지난해 10월4일 "무역적자가 좀 발생하고 있지만, 연말 누적 기준으로 해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현재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 기록은 올해 4월까지 14개월째 지속되고, 경상수지마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대한 회고와 전망 제시가 빠졌다.

또한 물가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로 높은 상황이다. 또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침체, 기업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예고되는 '세수 펑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마저 1.3~1.5%까지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민생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회고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유사한 발언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성과를 계량적으로 국민께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거 정부가 어떻게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한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선수단 오찬에서 최창성 선수에게 취임 1주년 축하 초콜릿 공예품을 선물받았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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