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니 더 불안한 CFD...증권업계 리스크 커지나
대규모 미수 채권 발생 우려…리스크 파악 어려워
개인 투자자 엮어 사회적 이슈 부상 가능성도 부담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해 온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서비스 차단에 나섰다. 발생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 강화 차원이지만 그동안 잠재적 리스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투자를 장려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CFD를 통해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온 증권사들이 뒤늦게 신규 계좌 개설 중단 등을 통한 서비스 차단에 나섰다.
CFD는 기초자산 보유 없이 매매 차액에 대해서만 현금 결제를 하는 파생상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교보증권이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는 서비스 제공 증권사가 총 13개사가 이르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CFD를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해 왔다. 증시 침체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감소에 대비해 레버리지 제공을 통해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CFD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리테일 점유율도 끌어 올리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포석이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CFD 투자를 위한 개인 전문투자자 필수 잔고 기준이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돼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각 사별로 자금력을 갖춘 개인 전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수수료 경쟁 등 과열 양상을 빚어지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스탠스는 이번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180도로 바뀌었다. CFD가 이번 사태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신규 계좌 개설 차단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키움증권이 8일 국내와 해외주식 CFD 계좌 개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시장 1위 교보증권도 지난 4일부터 국내·해외주식 비대면 CFD 계좌 신규 개설을 차단했다.
앞서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이 CFD 서비스 신규 가입 중단 방침을 발표한 터라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상태다.
이러한 반전은 투자자들의 과도한 손실로 발생하는 미수채권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투자 손실에 대한 우선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만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면 미수 채권이 발생하는데 이는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부담을 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받던 사업이 대규모 손실 리스크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상황을 맞은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3개 증권사들 중 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유안타증권 등이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촉발시킨 SG증권과 CFD 백투백(back-to-back)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투백 계약은 동일한 수익구조의 게약을 다시 체결하는 것으로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헤지(위험분산)하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는데 이번 사태로 오히려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파생상품인 CFD는 신용융자와 달리 만기가 없고 잔고가 공시되지 않아서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및 잔고 비중 등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 높은 배수의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지는 특성상 손실 폭이 커지면서 증거금 밑으로 떨어지면 강체 청산되는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증권사별 미수채권 규모도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CFD 서비스 제공 증권사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세부 수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많은 곳은 수천억원대, 적은 곳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추정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CFD로 인한 리스크의 정도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업계의 리스크로 꼽혀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달리 금융기관과 기업간 문제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엮여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신뢰가 생명인 증권사들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미 CFD가 자본시장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음에도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지 않으면서 잠재적 리스크를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FD 관련 리스크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순 있지만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반대매매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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