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ed “신용경색에 경제둔화 우려"…상업용 부동산도 경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은행권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로 기업과 가계 대출이 위축되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Fed는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지역은행들의 잇단 파산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붕괴에 따른 불안이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의 신용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급격한 신용 경색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려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Fed는 은행권이 극적으로 침체하면 연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비금융 기업의 이익 감소로 일부 기업의 재무적 스트레스와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회사들은 부채가 많기 때문에 사업이 잘 안되면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Fed 설문에 은행들 “대출 기준 강화했다”
실제 미국 은행들은 지난 3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전후로 대출 기준을 높였다. Fed의 1분기 대출 담당자 설문조사(SLOOS)에 따르면 은행 46.1%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소형 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는 답은 지난해 4분기 43.7%에서 48.3%로 높아졌다.
Fed의 긴축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 담당자들은 올해 말까지 모든 분야에 대한 대출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져 기업의 고용·투자와 가계의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신용 경색, 적어도 신용 긴축(credit squeeze)이 시작됐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클 칸트로위츠 파이퍼 샌들러 수석 투자 전략가도 “대출 기준이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경기 침체 확률을 더 높인다”고 봤다.
금리 오르고, 공실 늘어 “상업용 부동산 우려”
Fed 보고서에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한 경계도 담겼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부동산 회사들이 대출 만기가 도래할 때 재융자를 받지 못할 수 있는 리스크를 늘린다고 짚었다. 재택 근무 증가에 따른 공실 증가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킨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이다.
Fed에 따르면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자산 1000억 달러(약 132조5000억원) 미만의 중소은행에 몰려있다. 상업용 부동산이 은행권 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꼽히는 이유다. Fed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을 늘리고, 관련 대출 집중도가 큰 은행에 대한 검사 절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다만, Fed는 은행 자금 조달이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이며, 가계 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가계 대출 대부분이 신용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나갔다는 것이다. NYT는 이날 Fed의 언급이 전면적 경고보다는 ‘조용한 경계’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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