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권 지폐의 망원경, 여기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중앙선 역사문화기행]
[최서우 기자]
경북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 경계에는 태백산맥을 줄기에서 나온 해발 1126.4m의 보현산이 있다. 산 정상에는 천정이 돔으로 되어 있는 건물과 직육면체의 조립식 건물이 우뚝 솟아 있는데, 우리나라 광학천문관측의 중심지인 보현산천문대다.
직육면체 조립식 건물 안에는 직경 1.8m의 광학망원경이 있다. 광학망원경은 우리나라 만 원 권 지폐 뒷면에 태조 4년에 석판에 새겨진 천상열차분야지도와 1669년 송이영이 제작한 혼천의와 함께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오랜 천문의 역사를 이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천문연구의 중심지인 보현산천문대로 가보자.
보현산천문대
보현산천문대는 새만금포항고속도로의 북영천 나들목에서 가깝다. 나들목에서 청송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횡계천을 따라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우회전해서 따라가자. 쭉 가다보면 천문대를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는데,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 정상으로 가야 한다.
길을 끝까지 가면 주차장이 보이는데, 이곳에 주차하고 나무데크 길을 따라 500m 정도 가다보니 보현산천문대가 보인다. 그것도 산꼭대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 신라의 첨성대는 경주 월성 북서편 평지에, 개성의 첨성대는 고려궁터였던 만월대 서쪽에 있었다. 당시에는 전기가 없던 시절이라 왕궁 근처에 있어도 무방했다.
▲ 보현산천문대 전시관 주변 전경 |
ⓒ 최서우 |
그리고 보현산천문대는 한국천문연구원 산하 연구시설이라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행사가 1년에 딱 5번 있다. 4, 5, 6, 9, 10월의 네번째 토요일. 그것도 안전을 위해 매 행사 당 40명으로 제한된다. 작년에는 코로나유행과 망원경 정비로 공개행사가 시행되지 않다가 올해 4월에 재개되어 갈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공개행사는 먼저 30여 분의 강연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강연은 성현일 천문대장의 '별의 일생'. 천문학에서의 '별'은 '항성'. 즉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천체다. 우주의 가장 많이 분포하는 물질은 수소와 먼지다. 이들은 균질하지 않게 퍼져있는데, 중력에 의해 함께 뭉쳐져서 구름덩어리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 이 덩어리는 수소와 먼저를 더 끌어들이면서 밀도와 질량이 높아진다.
▲ 별의 일생과 우주의 크기 |
ⓒ 최서우 |
질량에 따라 별의 일생이 달라지긴 하지만, 별의 평균 수명은 100억 년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태양의 나이는 현재 약 50억 년으로 보면 되는데, 50억 년이 더 지나면 태양이 부풀어 지구와 태양계의 행성들을 삼키며 서서히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까마득한 세월이지만,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있다면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찾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지구과학을 배운 지가 오래 되어서 많은 것을 잊어버렸지만, 별의 일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점성술과 혼재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천문학은 수학과 물리학 등의 지식으로 연구하는 과학의 분야지만, 우주의 모든 사물을 관측하고 설명한다는 기틀은 유지하고 있다.
1.8m 광학망원경
강연이 끝나고, 천문대 정상부로 향했다. 정면으로 직육면체로 된 건물이 우뚝 서 있는데, 이 안에 직경 1.8m 광학망원경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 크기의 반사경으로 이뤄진 망원경인데, 내년이면 세워진 지 30년이 지나게 된다. 건물 외관을 보면 현대판 첨성대를 보는 느낌이다.
▲ 보현산천문대 1.8m 광학망원경동 외관. 마치 현대판 첨성대를 보는 느낌이다. |
ⓒ 최서우 |
▲ 1.8m 광학망원경 외관. 맑은 날 야간에 돔을 열어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
ⓒ 최서우 |
이 두 거울 덕분에 겉보기등급으로 최대 20등급의 별까지 관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가 맨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별의 등급은 6등급인데, 1등급보다 100배 어둡다. 그럼 한 등급으로 올라갈수록 약 2.512배로 어두워지는 건데, 20등급이면 1등급 별보다 약 2.512의 20승 정도의 어두운 별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직경 1.8m 오목거울 모형 |
ⓒ 최서우 |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망원경 직경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다른 곳에 또 다른 천문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천문학은 국제 협력이 매우 활발한 분야라 우리나라 연구자가 다른 곳의 망원경을 활용하여 연구할 수 있다. 관측 계획이 승인 되면 요즘 천문학의 중심지인 하와이나 칠레로 가서 출장 관측이 가능하다고.
▲ 대형 망원경으로 이뤄진 미래의 천문대. 우리나라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
ⓒ 최서우 |
▲ 보현산 정상 1126.4m 표지석. 천문학자들의 터전은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으로 인해 점점 좁아지고 있다. |
ⓒ 최서우 |
▲ 산정상에서 바라본 정동으로 풍경. 가시거리가 좋은 날에는 포항 호미곶이 보인다. |
ⓒ 최서우 |
요즘 우주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 미국 NASA연구와 관련된 내용에 집중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천문대의 망원경과 GMT참여로 연구가 활발해지면, 언젠가 우리나라의 천문학자가 스티븐 호킹처럼 중요한 과학명제를 도출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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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중앙선 역사문화기행>이 마지막에 접어들었네요. 먼저 귀한 지면을 내주신 오마이뉴스 편집부와 제 연재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 새로운 내용의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 이 글은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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