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순 소설가 "돌봄 간병 문제, 내용 무거워도 소설은 재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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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일임된 간병이 지속되면 가정이 파탄날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작품으로 다루게 됐다."
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문 작가는 "간병비가 하루에 10만원, 한 달이면 300만원이다. 일반 가정은 쓸 수가 없다. 대개 간병은 가족에게 일임된 상황"이라며 "심지어 80대 엄마가 60대 아들을 간병하는 모습도 봤다. 공공의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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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병 이야기로 2023 세계문학상
“가족에게 일임된 간병이 지속되면 가정이 파탄날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작품으로 다루게 됐다.”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나무옆의자)으로 올해 제19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문미순 작가의 말이다. 올해 출품된 185편의 작품 중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다.
심사위원단은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수조차 없는 두 이웃의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현대적 계승인 동시에 비관적 세계에 가하는 희망의 반격”이라고 밝혔다.
소설은 2020년 작가의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시작한 병원 간병 생활에서 기인했다. 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문 작가는 “간병비가 하루에 10만원, 한 달이면 300만원이다. 일반 가정은 쓸 수가 없다. 대개 간병은 가족에게 일임된 상황”이라며 “심지어 80대 엄마가 60대 아들을 간병하는 모습도 봤다. 공공의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내포하지만 쉽게 읽힌다. 치매 엄마를 간병하다가 숨진 엄마를 미라로 만들어 엄마의 연금으로 삶을 연명하는 명주와 알코올성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기다 놓쳐 사망케 한 준성이 벌이는 이야기는 빠른 호흡으로 무거운 주제를 묘파한다.
흥미는 작가가 첫 장편소설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대목이다. 그는 “장편은 잘 읽히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퇴고 과정에서도 지루하거나 중언부언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며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많이 참고했는데, 책을 잘 안 읽는 20대 아들들도 이 정도면 친구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심사를 맡은 정유정 작가는 “어둡고 중량감 있는 이야기를 장악하는 작가의 악력”을 칭찬하며 “당선작으로 결정됐을 땐, 마치 내가 쓴 소설인 양, 어리둥절한 자부심마저 들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2021년 소설집 ‘고양이 버스’로 심훈문학상을 받고, 올해 세계문학상까지 거머쥔 문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사회문제에 천착할 예정이다. 그는 “등단 이후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8년간 최저시급을 받고 일했는데, 그때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사회에는 아직도 계급이 존재하고, 아래로 갈수록 쉽게 아프고, 다치고, 죽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그런 문제에 주목할 예정이다. 특히 세대 갈등과 지방 소멸, 디지털 약자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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