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막겠다는 교육부, 화장실 소리 센서 설치 논란 "도청 해당"
학생과 교사 이외 외부인이 학교를 방문할 때 신분증을 제출하고 성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학교 수영장 등 교내 복합시설을 이용하는 외부인이 늘어나면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지나친 개인정보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9일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원격통합관제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AI와 사물인터넷 기능 등을 활용한 관제 시스템을 개발해 2025년부터 일부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방문자 성범죄 이력 조회, 화장실 '소리센서'도 설치
관제 시스템의 가장 큰 역할은 외부인 출입 통제다. 학생, 교사 외에는 사전 승인 받은 방문객만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교육부가 내놓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학교 복합시설을 방문할 때 학교 보안관에게 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학교 보안관은 안전관리 시스템의 스캐너를 통해 방문자의 성범죄 이력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출력해준다. 출입증을 통해 방문객의 실시간 이동 경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교실 등 미승인 구역으로 이동하면 관리자에게 즉각 알림이 간다.
학생의 학교 생활을 파악해 안전을 강화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학생의 등·하교 시각을 인식해 학부모와 교사에게 알려주고, 안전사고 가능성이 감지되면 위험을 알리는 기능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화장실에 소리 센서를 설치해 구타나 욕설을 감지하고 보안 담당자에게 알리는 기능도 제시했다.
이 시스템은 수영장 등 지역 주민에게 학교 시설을 개방·공유하는 학교 복합시설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복합시설은 주민과 학생의 접점이 많아져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근거 규정 마련해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범죄경력자료는 ‘민감 정보’로 분류돼 개인정보처리에 대한 당사자 동의와 별도로 법령 상 근거가 필요하다. 전수민 변호사는 “성범죄 조회는 의료인, 교사 등 성범죄가 결격 사유로 명시된 일부 직군에만 적용된다”며 “조회 범위를 학교 방문객으로 넓힐 경우 권리를 광범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위배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화장실 등에 소리 센서를 설치하는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전 변호사는 “제3자의 녹취는 도청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는 “음성은 민감한 정보라 CCTV도 수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유출 사고에 대비하기엔 학교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경진 교수는 “지금도 범죄 이력은 경찰청이 관리하고 있고, 본인 외엔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학교나 학교 보안관 등 법적 근거나 보안 상 준비가 미약한 주체가 민감 정보를 다루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 복합시설의 수혜 대상이 지역 주민인 만큼, 이로 인한 위험에 대비한 관리 주체는 학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한다”며 “외부인의 출입 통제 업무도 학교 보안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아직 초기 단계, 내용 달라질 수도”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의 지문 인식조차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9년 대구시교육청이 초등학교에 지문 인식 출입 통제 시스템 설치를 추진하자 국가인권위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아직 설계 작업도 시작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며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내 공간별, 출입자별 보안 수준을 달리하는 세부적인 내용을 설계 단계에서 정할 것”이라며 “기존 규정은 물론 필요하다면 법률 제·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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