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영화 같던 누님": 故강수연 1주기에 봉준호가 공유한 기억
故 강수연이 갑작스럽고 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고인의 나이 불과 56세였던 데다가,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10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이기도 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의 주인인 강수연. 영화롭게 살았던 그의 1주기에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추모전을 열고 있습니다.
최근 이 추모전, '영화롭게 오랫동안'의 개막식이 개최됐습니다. 시작은 강수연과 안성기 주연 영화 〈그대 안의 블루〉의 동명 주제곡을 김현철과 공성하가 함께 불러 특별한 감동을 전했는데요. 작곡자이자 가창자인 김현철은 노래를 마친 뒤 "강수연 님이 여기 어딘가에 앉아 계실 것만 같다"라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배우 대표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채 등장한 그는 "우리 수연 씨, 이 자리에는 없지만 어디에서든지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어요. 이어 고인과 3편의 영화를 함께 한 박중훈은 "강수연은 내가 본 사람 중 외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동시에 실제 생활에선 검소하고 어려운 곳에는 선뜻 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라면서 "1년이 됐는데도 슬픔이 잘 가시지 않는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영원히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행사의 의의를 전했습니다.
이날 행사 이외에도, 강수연 1주기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추모집 〈강수연〉도 공개됐는데요. 한국 영화계 ‘첫 번째 월드 스타’였던 강수연을 아름답게 추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토 아트북입니다. 여기엔 선배 강수연을 그리워하는 후배들의 절절한 이야기도 담겼는데요. 설경구, 김현주와 봉준호 감독이 손편지를 썼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누님 빈소에 도착하던 그 순간, 그저 모든것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라며 고인이 떠난 지 1년 후에도 느껴지는 그리움과 아쉬움을 적어 내렸습니다. 이어 "이제 당분간은 새로운 얘기를 나눌 수가 없기에 예전에 누님이 해주셨던 많은 이야기들, 그저 고스란히 간직만 하겠다. 그 반짝이던 눈빛과 더불어. 누님은 늘 영화였다"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 추모전에서는 고인의 출연작 〈처녀들의 저녁식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달빛 길어올리기〉, 〈경마장 가는 길〉, 〈씨받이〉, 〈주리〉, 〈그대 안의 블루〉, 〈정이〉, 〈송어〉, 〈아제아제 바라아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가 상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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