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반노조 1년, 김문수 임명부터 '반전' 시작돼"

김성욱 2023. 5. 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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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동학계 토론회... 정흥준 교수 "노조와 정부, 먼저 변화하는 쪽이 향후 주도권"

[김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은 가운데, 노동 학계는 "'노조 때리기' 말고 노동 정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전무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노동 정책에 낙제점을 줬다. 정부가 출범 초기 벌어진 화물연대 1차 파업(2022년 6월), 대우조선 하청 파업(2022년 7월) 국면까지는 비교적 무난하게 노사관계를 중재했지만, 이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선임(2022년 9월)을 기점으로 '노조 때리기'가 노골화되면서 급격하게 기업 쪽으로 균형추가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산업노동학회, 비판사회학회 등은 9일 서울 중구에서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윤 정부의 노사관계 1년을 조망해보면 '짧은 탐색기 끝에 반노조 전략을 선택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라며 "특히 윤 정부가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과거 보수정부와도 차별되는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초반엔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기용에 이어 화물연대 1차 파업, 대우조선 하청 파업을 무난하게 넘기면서 노동 정책에선 이전 정부 기조가 유지될 듯 보였지만, 2022년 9월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임명하면서부터 반전이 일어났다"라며 "이 무렵 정부가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 교수는 "실제 그 이후부터 정부는 화물연대의 2차 파업(2022년 12월)에 강경한 태도로 항복을 받아냈고, 현재는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들을 대거 동원해 건설노조에 반노조 전략을 집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윤 정부가 그렇게 기업을 밀어준 결과 지금 한국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냐고 되묻고 싶다"라며 "무역수지 등 지표를 봐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 현재 유럽 등 세계경제는 분명 반등하고 있는데, 우리는 크게 쳐져있다. 올 하반기는 한국경제에 더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토론에 참석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윤 정부는 기업과 경제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노동조합을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의 측면에서만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며 "대우조선 하청 노조, 화물연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에서 보듯이, 정부의 '노조 때리기'도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열악한 노동자들일수록 고통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30·여성에 리더십 적극 이양해야"...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에도 쓴소리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산업노동학회, 비판사회학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9일 서울 중구에서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 김성욱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쇄신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흥준 교수는 "최근 정부 지지율 추이를 보면 '노조를 때리면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말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향후 노사관계의 주도권은 정부와 노동조합 중 먼저 변화하는 쪽이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노동조합이 사회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반적 인식이 관찰된다"라며 "조직된 노조가 비정규직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제도적 개혁에 더 많이 앞장서고, 2030과 여성들에게 리더십을 더 적극적으로 이양하는 조치들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현재 민주노총이 주력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의제가 되지 못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최근 각종 플랫폼, 특고 등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 상임활동가는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 없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상임활동가는 또 "지금처럼 조직된 노동자들이 업종별 '특별법'을 제정하는 형식으로 각자의 노동권을 선별적으로 보장해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각지대에 있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까지 보편적으로 개선시켜갈 것이냐라는 토론과 대안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윤자영 충남대학교 교수는 "현장에서 보면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내에서도 여성계와 노동계가 따로 노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며 "노동운동 내에서도 성평등 과제를 보다 주류 문제로 다뤄내야, 변화된 사회에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충고했다.
 
▲ 윤석열 정부 1년 성적 평가 퍼포먼스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5.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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