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두번 통과한 기초학력 공개 조례안, 대법원에 제소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게 한 서울시의회의 조례안 의결에 대해 대법원에 재의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반발하는 ‘서울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지난 3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했고 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했으나 지난 3일 다시 가결됐다.
이 조례안은 학교장이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시행 일자와 과목, 응시자 등 현황을 학교 운영위원회에 매년 보고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감은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포상할 수 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결과를 공개하는 조례안이 통과된 것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이 유일하다. 각 학교는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매 학년 초 지원 대상 학생을 선별하기 위해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치르는데,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도 학교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에 관한 사무는 기초학력보장법에 의한 국가사무이며 조례의 제정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제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재의결된 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앞서 조례안이 통과되자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반발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성적을 공개하고 결과를 포상하면 학력 경쟁과 사교육비 폭증을 부추길 것”이라며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총 서울지부는 지난해 12월 조례안이 발의되자 성명서를 통해 “결과 공개는 학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하고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은 서울시교육청으로 이송된 후 5일 안에 공포 및 시행돼야 하지만, 제소가 진행되면 절차가 중단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시의회가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음에 공감하며, 기초학력 보장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본 조례가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어 제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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