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심재학 단장 "김종국 감독은 좋은 전기차, 난 좋은 배터리 되겠다"

김효경 2023. 5. 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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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취재진을 만나 포부를 박히는 KIA 타이거즈 심재학 신임 단장. 연합뉴스

"직업 3개 포기했습니다."
9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심재학(51)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은 농담을 던졌다.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이었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했다는 뜻을 내비친 듯 했다.

KIA는 지난 8일 심재학 MBC SPORTS+ 해설위원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심 단장은 1995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현대 유니콘스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2004년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08년에 은퇴한 뒤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9년부터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심 단장은 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선수단과 첫 만남을 가졌다. 김종국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심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즌 중에 이례적으로 단장이 됐다. 준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KIA가 달려가야 할 경기가 더 많다"고 했다. 이어 "야구대표팀 전력분석, 대표팀 코치, 해설위원까지 세 개의 직업을 때려치우고 왔다. 한 가지 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심 단장은 자신의 말대로 여러 가지 기회를 포기하고 단장직을 맡았다. 그는 "솔직히 매력 있는 자리다. 팬층이 두터워 부담스럽고, 시즌 중에 와야 한다는 게 부담이지만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심 단장이 호랑이 군단의 일원이 된 건 15년 만이다. 그는 "아는 직원, 후배들이 있다. (선수 시절)살던 곳에 오래간만에 가봤다. 중계 때도 왔고, 5년이나 살았던 곳이라 정겹기도 하다.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

김종국 감독(왼쪽)과 포홍하는 심재학 단장. 연합뉴스

심재학 단장은 고려대 91학번으로, 김종국 감독의 1년 선배다. 심 단장은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아직 없었다. 오늘 경기 내용만 조금 들었다. 서로가 생각하는 방향을 이야기했다"며 "김 감독은 친하게 지냈던 후배다. 야구 얘기를 좋아했고, 사적으로 식사를 하던 사이라 대화는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심 단장은 부임 이후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KIA 선수 시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심재학 단장은 "첫 해에 잘하고 FA 된 뒤 4년을 못 했다. 마이너스 옵션이라 연봉을 많이 못 받았다"고 자학한 뒤 "팬 여러분께 죄송했다. 단장을 맡으면서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KIA에 대한 애착이 많고, 야구장에 못한 걸 프런트로서 집중해서 하고 싶다"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는 "팀 방향성을 잡을 때 저 혼자 독단적으로 끌고 가진 않겠다. 시즌 중간에 왔기 때문에 팀에 스며드는게 가장 중요하다. 당장 색깔을 내기보다는 팀이 가야 할 방향과 내 방향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조언으로도 '귀를 열어라'는 내용을 꼽았다. 심 단장은 "야구에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KIA는 팬들에게 어필하고,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기다. 팬들의 니즈에 맞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KIA 타이거즈가 되어야 하고 그런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또 "다수의 의견을 득고 걸러내면서, 트레이드나 지명 등에 있어 이해할 수 있는 선으로 진행하겠다. 감독과 상의한 뒤 움직이려 한다"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날 '팀 케미스트리'란 단어를 세 번이나 썼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팀 케미스트리다. 아무런 잡음 없이 김종국 감독이 잘 이끌었다"고 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포수 보강이다. KIA는 지난 시즌 도중 박동원을 트레이드해왔으나 FA 계약까지는 하지못했다. 심재학 단장은 "많이 궁금해들 하시는데, 기존 선수들을 믿고 싶다. 동기를 부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젊은 포수들"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과감한 트레이드는 할 것이지만,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 기본은 '윈윈'보다는 이익이 먼저라는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과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심재학 단장. 연합뉴스


성적 못잖게 육성에도 포커스를 두고 있다. 심재학 단장은 "1군 경기 운영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일임할 생각이고, 대화는 같이 할 것이다. 내 역할 중 중요한 건 팜시스템이다. 퓨처스(2군) 경기와 연습경기를 자주 가 볼 생각이다. 팜디렉터 직책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
KBO리그는 트레이드가 제한적이고, 드래프트도 11라운드 안에서 뽑아야 한다. 선수 육성 시스템을 잘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떤 단장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심재학 단장은 "시즌 중간에 온 단장이라 빨리 스며들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찾는 게 급선무고, 도와드리겠다. 김종국 감독이 좋은 전기차라면, 나는 좋은 배터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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