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심재학 단장 "김종국 감독은 좋은 전기차, 난 좋은 배터리 되겠다"
"직업 3개 포기했습니다."
9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심재학(51)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은 농담을 던졌다.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이었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했다는 뜻을 내비친 듯 했다.
KIA는 지난 8일 심재학 MBC SPORTS+ 해설위원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심 단장은 1995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현대 유니콘스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2004년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08년에 은퇴한 뒤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9년부터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심 단장은 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선수단과 첫 만남을 가졌다. 김종국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심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즌 중에 이례적으로 단장이 됐다. 준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KIA가 달려가야 할 경기가 더 많다"고 했다. 이어 "야구대표팀 전력분석, 대표팀 코치, 해설위원까지 세 개의 직업을 때려치우고 왔다. 한 가지 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심 단장은 자신의 말대로 여러 가지 기회를 포기하고 단장직을 맡았다. 그는 "솔직히 매력 있는 자리다. 팬층이 두터워 부담스럽고, 시즌 중에 와야 한다는 게 부담이지만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심 단장이 호랑이 군단의 일원이 된 건 15년 만이다. 그는 "아는 직원, 후배들이 있다. (선수 시절)살던 곳에 오래간만에 가봤다. 중계 때도 왔고, 5년이나 살았던 곳이라 정겹기도 하다.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고려대 91학번으로, 김종국 감독의 1년 선배다. 심 단장은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아직 없었다. 오늘 경기 내용만 조금 들었다. 서로가 생각하는 방향을 이야기했다"며 "김 감독은 친하게 지냈던 후배다. 야구 얘기를 좋아했고, 사적으로 식사를 하던 사이라 대화는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심 단장은 부임 이후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KIA 선수 시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심재학 단장은 "첫 해에 잘하고 FA 된 뒤 4년을 못 했다. 마이너스 옵션이라 연봉을 많이 못 받았다"고 자학한 뒤 "팬 여러분께 죄송했다. 단장을 맡으면서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KIA에 대한 애착이 많고, 야구장에 못한 걸 프런트로서 집중해서 하고 싶다"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는 "팀 방향성을 잡을 때 저 혼자 독단적으로 끌고 가진 않겠다. 시즌 중간에 왔기 때문에 팀에 스며드는게 가장 중요하다. 당장 색깔을 내기보다는 팀이 가야 할 방향과 내 방향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조언으로도 '귀를 열어라'는 내용을 꼽았다. 심 단장은 "야구에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KIA는 팬들에게 어필하고,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기다. 팬들의 니즈에 맞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KIA 타이거즈가 되어야 하고 그런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했다. 또 "다수의 의견을 득고 걸러내면서, 트레이드나 지명 등에 있어 이해할 수 있는 선으로 진행하겠다. 감독과 상의한 뒤 움직이려 한다"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이날 '팀 케미스트리'란 단어를 세 번이나 썼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팀 케미스트리다. 아무런 잡음 없이 김종국 감독이 잘 이끌었다"고 했다.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포수 보강이다. KIA는 지난 시즌 도중 박동원을 트레이드해왔으나 FA 계약까지는 하지못했다. 심재학 단장은 "많이 궁금해들 하시는데, 기존 선수들을 믿고 싶다. 동기를 부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젊은 포수들"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과감한 트레이드는 할 것이지만,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 기본은 '윈윈'보다는 이익이 먼저라는 것"이라고 했다.
성적 못잖게 육성에도 포커스를 두고 있다. 심재학 단장은 "1군 경기 운영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일임할 생각이고, 대화는 같이 할 것이다. 내 역할 중 중요한 건 팜시스템이다. 퓨처스(2군) 경기와 연습경기를 자주 가 볼 생각이다. 팜디렉터 직책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
KBO리그는 트레이드가 제한적이고, 드래프트도 11라운드 안에서 뽑아야 한다. 선수 육성 시스템을 잘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떤 단장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심재학 단장은 "시즌 중간에 온 단장이라 빨리 스며들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찾는 게 급선무고, 도와드리겠다. 김종국 감독이 좋은 전기차라면, 나는 좋은 배터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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