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 박도현 “여전히 목표는 우승, 바꿀 생각 없다”

윤민섭 2023. 5. 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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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캠프원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서머 시즌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유희은 PD

한화생명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을 8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팀 훈련장 ‘캠프 원’에서 만났다. 한화생명의 스프링 시즌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그는 “목표인 LCK 우승과 롤드컵 진출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완수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이 10승8패, 5위로 스프링 시즌을 마쳤다.
“팀이 더 잘할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LCK로 복귀하며 세운 목표는 리그 우승과 롤드컵 진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좋은 기량을 팬분들께 보여드리는 것이었다. 스프링 시즌엔 목표를 완수하지 못한 셈인데, 여전히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목표이니만큼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시즌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했던 한화생명이어서 아쉬움이 클 듯하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아니고 각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로스터다. 그래서 각자가 갖고 있는 승리 플랜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달랐다. 팀원들끼리 이기는 방식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이 시즌 초반에는 잘 이뤄지지 않아서 이 같은 성적표를 받은 것 같다. 나 또한 팀이 거둔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승리 플랜의 단일화, 가능한 일인가.
“경기를 치르면서 즉흥적으로 승리 플랜을 순식간에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팀원들끼리 미리 생각을 통일하는 과정을 선행해놔야 한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했을 때 생각의 통일이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면서도 가능한 일이다. 스프링 시즌 후반부에는 우리가 100점 만점에 60~70점까지 도달했다고 본다. 아직까진 팀적인 완성도가 높지 않다.”

-한화생명이 서머 시즌에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기본기라는 게 사소하지만 중요하다. 다시 LCK에 와서 경기를 치러 보니 게임 시작 단계부터 빡빡하게 플레이하지 않으면 굉장히 허덕이게 되겠더라. 그런 거 하나하나가 게임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뚜렷한 승리 플랜, 우리의 방식이 승리로 이어진다는 확신도 중요하다.”

-박 선수가 생각하는 LoL의 기본기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포함될 것이다. CS 수급이나 라인 컨트롤 능력, 라인 상황에 따른 미드·정글과의 소통 등이 경기 초반 단계에서의 기본기다. LoL은 보면 볼수록 할 게 많은 게임인데, 결국은 잘 피하고 잘 때리는 쪽이 승기를 가져가더라. 잘하는 선수는 (스킬샷을) 맞히고 피하는 확률이 높다.”

LCK 제공


-스프링 시즌에 치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하나를 꼽는다면.
“가장 최근에 치른 경기이기도 한 KT 롤스터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왠지 우리가 이길 거 같단 느낌을 받았다. 내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여서 우리는 KT의 선호 픽을 알았고, KT도 우리의 선호 픽을 알고 있었다. 서로 적나라한 상태로 붙은 것인데, 우리가 기본적인 실력에서 밀려서 졌다. 후반 집중력도 KT가 더 좋았다.”

-그보다 앞서 플레이오프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3대 1로 이긴 비결은.
“정규 리그는 라인전이 강한 챔피언들로 조합을 짜야 이득 보는 메타였다. 하지만 거듭된 패치로 시즌 막바지에는 초반 강세 챔피언들의 리턴이 전처럼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플레이오프처럼 걸린 게 많은 무대에선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과 긴장감이 크기도 해서 초반보다 중후반 강세 조합을 짜는 게 유리할 거로 분석하고 경기를 준비했다. 제리 같은 챔피언을 대놓고 선호한 것도 그 이유다. 그럼에도 상대의 실력이 좋아서 우리가 질 만한 경기가 꽤 있었다. 운이 따른 경기도 있었다.”

-’고밸류 조합’은 후에 젠지의 우승 키워드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항상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2018년 서머 시즌 이후로 여러 번 플레이오프와 결승 경기를 치러봤다. 소위 ‘날빌(승부수)’이라 여겨지는 픽을 준비하거나 플레이해보기도 했다. 경기 후에 생각해보면 ‘픽이 정말 좋았다’ 싶지는 않더라. 결승 같은 큰 무대에서는 후반 밸류를 챙긴 조합으로 게임하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상대의 실수도 유발하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점을 젠지가 잘 살려서 우승했다고 생각하지만…사실 이것도 결과론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만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팀이 나타나서 우승하면 그들의 방법이 메타가 되는 것이다. 정답은 우승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무대는 확실히 정규 리그와 다른가.
“플레이오프는 확실히 다르다. 분위기부터 다르다. 나는 플레이오프를 보기도 하고 치르기도 하는데 정규 리그 경기보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서 상대가 근처에 정글러 있는 척을 하거나, 오브젝트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척 블러핑을 하면 당하는 선수나 팀으로선 한 번 더 고심하게 된다.
변수를 없애고 싶은 마음, 안정된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상대가 도박수를 던지면 잘 당한다. 오히려 반대로 묵직하게 게임하는 선수들한텐 이런 게 잘 안 통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긴 할 것이다.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똑같이 플레이하는 선수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국제대회 다전제 경험이 풍부하다. 무대의 중압감이 플레이에 영향을 많이 끼치나.
“개인적으로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평소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게 된다. 첫 두 세트는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평소와) 비슷한 플레이를 할 수는 있는데 ‘여기서 이런 플레이를 해도 될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시리즈가 3~5세트에 다다르면 평소처럼 손이 가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게임하게 된다.”

-날빌 이야기가 나왔다. 2019년을 복기하며 ‘탈빵(탈리야·판테온)’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했나.
“픽의 문제보다는…당시에는 우리가 조합을 이용한 플레이를 완성도 높게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뒤 경기를 다시 보니 그러지 못했더라. 경기 영상을 다시 보니까 상대도 할 말이 있는 조합을 구성했다. 우리가 연습한 챔피언들을 ‘뽑았으니까 이긴다’고 생각한 건 자만(自慢) 아니었나 싶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밴픽을 한 번 더 고려해봤을 것 같다.
정말로 그 픽들이 좋았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이겼다면 챔피언이나 밴픽의 재발견에 초점이 맞춰졌겠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졌고, 픽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 픽과 관련해 뒷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다.”

LCK 제공


-한화생명은 시즌 내내 후반 게임에 집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의하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항상 느린 게임을 지향한 건 아니다. 빠르게 플레이한 적도, 굴려야 이기는 조합을 짠 적도 있다. 다만 그게 의도대로 되지 않거나, 초반 강세 조합으로 이득을 보지 못해서 경기가 늘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시즌 말미엔 우리가 챔피언의 후반 밸류를 고평가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원래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많은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런 주변의 평가가 박 선수나 한화생명의 플레이에도 영향을 끼쳤을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꼬리표는 어떤 팀한테도 붙을 수 있다. 프로게이머라면 주변 평가 때문에 플레이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게임 내에서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경기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그런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개인방송에서 가장 뛰어난 원거리 딜러 3인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룰러’ 박재혁만을 고르던데.
“현재 기준으로 말씀드린 것이다.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질문을 약간 바꿔서 ‘최고의 바텀 듀오’가 누구인지를 묻는다면 다른 답변을 할 수도 있겠지만, ‘최고의 원거리 딜러’는 ‘룰러’ 선수다. 그 다음 선수들을 구분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
원거리 딜러 맞대결은 ‘누가 더 딜을 많이 넣는가’의 싸움이다. 게임 초반이든 중후반이든. ‘룰러’ 선수가 거기서 이기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무대에 지체 없이 빠르게 적응하고, 잘하는 점도 개인적으로 고평가한다. 사실 딱 보면 잘하는 게 보인다. 부연설명한다고 해서 크게 와닿진 않을 것이다. 내가 봤을 땐 그가 제일 잘한다.”

-서머 시즌 개막이 머지 않았다. 서머 시즌에 임하는 박 선수만의 각오가 있다면.
“나는 스프링 시즌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내가 설정한 목표치를 낮추진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우리가 LCK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롤드컵에 진출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가장 높은 무대에도 오르겠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면.
“봄 동안 한화생명이 보기에 답답한 경기를 할 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플레이하는 나도 답답했는데 응원해주신 팬분들은 오죽하셨을까. 그럼에도 우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주시고, 북돋아 주시고, 현장에는 오지 못하셨지만 각지·각국에서 응원을 보내주신 점 감사드린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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