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전기차도 투자 지원 확대…최대 수혜자는 현대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경기도 화성 기아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윤 대통령 왼쪽) 등과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이 전기차 공장 설비에 투자할 경우 최대 25%까지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반도체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전기차도 투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9일 국가전략기술·시설 투자 세액공제에 기존 반도체 외에 전기차·수소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양순필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기존 전기차 관련 기술 외에 생산 시설까지 세액공제를 확대했다”며 “국내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생산 전환을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투자 세액공제를 받는 기존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백신·미래자동차)에 전기차 생산 시설, 전기차 충전 기술 및 시설과 청정수소 생산 기술 및 시설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기존 시행령은 전기차 구동·충전 시스템과 자율주행차 센서 등 기술만 전략기술에 포함시켰는데 개정안은 자동차 업계 숙원인 전기차 생산 시설(공장)도 전략기술에 포함시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라 전기차 생산 시절에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율이 대·중견기업은 기존 8%에서 15%, 중소기업은 기존 16%에서 25%로 올라간다. 투자 증가분에 대해 적용하는 10%의 임시 투자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대·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일명 ‘K칩스법’을 적용받는 반도체와 같은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중 반도체 갈등 사이에서 ‘K칩스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K-EV(전기차)법’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며 “해외 주요국이 자국 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적극 지원하는 만큼 K-EV법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K-EV법을 마련한 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마련해 자국에 전기차 공장을 세울 경우 최대 30%까지 세액공제(기본공제율 6%)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IRA에 따라 미국 조지아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짓는 현대차도 2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반면 현대차가 2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짓는 전기차 공장은 기존 법에 따른 투자 세액공제율이 1%에 불과하다. 세액공제와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등을 더해 받는 보조금이 최대 400억원가량이다.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면 최대 5000억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K칩스법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위해 만들었다면, K-EV법의 최대 수혜자는 전기차 투자에 집중하는 현대차그룹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기차는 최근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81억7575만 달러(약 10조8000억 원)로 집계됐다. 2018년(11억 달러) 대비 7.5배 수준이다. 독일(264억5524만 달러)과 중국(200억8888만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수출이 부진하지만, 자동차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이어가며 우리 경제의 활력 제고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투자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