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권 종말" 경고 탓? 김정은이 21일째 안보인다, 왜
한·미·일 정상이 최근 한·미, 한·일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공조방안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북한은 오히려 잠잠한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초 지난달로 예고됐던 위성 발사 도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의 보도 등에서 나타난 김정은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 방문이었다. 9일 기준으로 21일째 이어지고 있는 잠행이다.
특히 김정은의 잠행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기사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대북 공조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한·미·일의 공조 강화 기조를 확인한 북한이 대응책 마련을 위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려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을 중심에 둔 이번 한·미·일 정상의 연쇄 회동 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반응은 다소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이 이른바 '핵방패'로 불리는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발표한 지 3일이 지난 29일에서야 관영매체를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김여정은 입장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을 향해선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 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비난은 기존 '담화'보다 수위가 낮은 '입장문' 형태였다. 노동신문도 2면 하단에 편집해 보도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당국은 김여정의 입장 표명 이후엔 당국의 공식적 반발이나 성명이 아닌 각종 청년 단체 등을 앞세운 형태의 '복수 결의 모임''성토 모임'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북한 매체는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입장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장기 잠행과 함께 북한의 무차별적 도발도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지난달 13일 고체연료 방식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발사한 후 26일째 중단된 상태다. 특히 김정은이 수차례 "계획된 시일(4월) 내에 발사하라"고 공개 지시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까지 미뤄진 점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아직 마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과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 추적하고 있다"며 "현재 추가로 설명할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는 등 한·미·일의 핵·미사일 공조가 강화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선을 넘는 도발'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은 한·미·일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대신 중국·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에 북·중·러 연대로 대응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다문 채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전날(8일) 왕야쥔(王亞軍) 신임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접견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통신은 "(북·중)담화가 동지적이며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수령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전통적인 조·중 친선협조관계를 더욱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확고부동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리가 평가하는 것 이상으로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방침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7차 핵실험 외에는 한·미에 큰 충격파를 던질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춘궁기까지 겹치면서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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