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 생방송 : 기대와 우려

조원빈 2023. 5.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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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선거제 개편 논의로 한창입니다. 선거제를 어떻게 바꿀지도 문제지만, 국회가 결단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들도 산적해있습니다. 선거제 개편이 아닌 개혁이 되기 위해, 나아가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매주 칼럼을 통해 논하고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기자말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매주 전달해드립니다.
ⓒ 참여연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6일 500인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 돌입했다. 서울 KBS와 4개 지역 총국(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서 모인 시민참여단 500명이 참여한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500인 회의)가 세계 최초로 생방송 되었다. 80여 분 간 KBS 특별 생방송 된 1부와 KBS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2부 질의응답을 시청하고 선거제도 공론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었다. 

국회는 그동안 내년 4월 1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500인 회의는 국회가 4월 10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국회 전원위원회의(전원위)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후속조치 중 하나이다. 지난달 10~13일 전원위 토론에서는 100명의 국회의원이 각자 7분씩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여 백가쟁명식의 논의만 이루어졌다.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었지만, 의원들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압축된 안으로 정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전원위 개최를 합의하면서 '복수의 개편안을 담은 결의안을 심의해 여야 합의로 단일 수정안을 처리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전원위 심의를 마친 뒤 약 한 달이 지나도록 표결에 붙일 수정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합의를 못해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과연 그들이 500인 회의라는 공론조사를 통해 산출된 국민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일까?

기대 : 정책 결정 과정에 선거제의 이해 당사자인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점

공론조사란, 합의가 어려운 이슈에 대한 단순 찬반이나 선호를 묻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이해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표본집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충분한 정보와 의견을 제공받아 토론에 참여하게 하는 조사 방식이다. 공론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숙의과정을 거침에 따라 심층적이고 숙성된 의견 수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정부가 다루기 민감한 사안이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회협약 등의 의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이들 예민한 정책의 수용성 제고는 물론 정치적 갈등 격화 및 사회적 갈등 예방이라는 이중의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는 2007년 '유로통화를 비롯한 유럽의 미래'를 공론화했으며,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정책 및 2030년 원자력비율'이라는 의제를 공론화했다. 우리도 문재인 정부 시절 '핵발전소 신고리 5, 6호기 건설'뿐 아니라 지방정부가 주도하여 2018년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개설', 2019년 경남 창원시 '대형쇼핑몰 입점' 안건 등을 결정할 때 공론화를 실시했다. 선거제도 개편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의제이며 공익적 관점에서도 중립적 판단이 어려운 주제다. 그럼에도 유권자인 국민의 의견을 직접 묻고 그를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많은 비판에 직면한 우리 대의민주주의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공론화가 성공을 거두기위해서는 절차적 투명성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이번 500인 회의 공론화 사업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와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수행한다. 500인 회의는 1, 2, 3부로 구성되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목표로 5가지 주제를 다룬다. 지난 6일에는 제1부로 '선거제도 개편의 원직과 목표는?'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의 크기,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 주제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발표와 조별 1차 분임토의, 전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 조별 2차 분임토의 등의 과정을 거쳤다.

13일로 예정된 제2부와 3부에서는 나머지 주제인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구성, 어떻게 할 것인가?'와 '비례대표 선출, 전국구단위로 할 것인가? 권역단위로 할 것인가?', '국회의원 숫자는 늘릴 것인가? 줄일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13일 오후 3부 방송에서는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와 사전에 실시된 시민 5000명 여론조사 결과가 함께 현장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KBS가 협력사로 참여하면서 500인 회의 숙의과정 일부를 생중계함으로써 절차적 투명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려 : 제한된 의제와 시간으로 인해 다양한 대안이 숙의되지 못한 점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의제는 일반시민의 숙의에 기초하는 공론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 정책기조의 큰 방향을 묻고 그에 조응하는 정책수단을 선택하도록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부에서 논의된 첫 번째 의제인 '선거제도 개편의 원칙과 목표'는 왜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 시민참여단이 선거결과의 비례성, 대표성, 책임성 제고와 승자독식 선거제도 극복, 지역주의 구도 완화, 지방소멸 대응 등을 중심으로 합의점을 찾으려 숙의했다. 두 번째 의제는 '지역구 크기'였다. 시민참여단은 소선거구와 2~4인 중선거구, 5인 이상 대선거구, 도농복합형 선거구(농산어촌 및 인구희박 지역 소선거구와 대도시 지역 중대선거구를 조합한 선거구) 등을 대안으로 숙의했다. 

선거제도는 단순한 유형부터 복잡한 유형까지 매우 다양하며 그 조합도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시민참여단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그 작동 메커니즘과 기대되는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조별 분임토의 후 개별 조에서 제기된 질문들이 중요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대답은 2분으로 한정되어 그 노력에 비해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질의와 응답 과정은 지나치게 의제에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시민참여단이 복잡한 선거제도의 효과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지역구(혹은 선거구) 크기의 한 유형인 대선거구는 자연스럽게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로 연결되고 비례성과 대표성 향상이라는 효과로도 연결된다. 질문 중에는 비례대표제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었지만, 비례대표제는 다음 의제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대답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중선거구에 대한 논의도 지나치게 선거구 크기에 집중되다 보니, 전문가는 단기비이양식 투표방식을 전제로 하는 효과를 제시할 뿐, 단기이양식이나 연기명 투표제도도 가능하고 그 효과도 상이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소선거구제는 간단하고 현재의 제도이기도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특성이 강조되고 개선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져, 시민참여단은 자신들에게 익숙치 않은 중대형선거구를 그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모습이 비춰졌다.

500인 회의 1부에서 숙의된 의제는 앞으로 논의될 나머지 세 의제에 비해 덜 복잡하고 덜 논쟁적인 것들이었다. 시민참여단은 앞으로 1주일 동안 시행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2, 3부 숙의 참여를 준비할 것이다. 시행사도 조별 질문과 전문가 응답 시간에는 특정 주제에 지나치게 제한을 두지 않고 전문가들의 능력을 믿고 그들이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국민들이 참여하는 숙의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룬 선거제도 개편안은 우리 국회도 무겁게 받아들이리라 믿는다. 500인 회의가 치열한 숙의를 통해 현명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안을 합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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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슬로우뉴스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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