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우승, 두 번에 세계선수권 티켓… 압도적 기량 뽐낸 우상혁

우상혁이 9일 오전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1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높이뛰기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2m32를 뛰어넘은 뒤 기뻐하는 모습. 뉴스1

한 번 뛰면 우승, 두 번 뛰면 세계선수권 출전권. 한국 육상 간판 우상혁(27·용인시청)이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우상혁은 9일 경북 예천 스타디움에서 열린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대학·일반부 높이뛰기 결선에서 2ｍ32를 넘었다.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2ｍ16을 단번에 넘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우상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우상혁은 2차 시기에서 2m32에 도전해 한 번에 넘었다. 우상혁은 2월 14일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에서 2ｍ24(2위)를 넘고, 지난 6일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m27(2위)로 올 시즌 최고 기록을 끌어올렸다. 이어 사흘 만에 2m30대를 넘어섰다. 우상혁은 올해 실외 경기 기록 3위로 올라섰다. 주본 해리슨(미국)과 조엘 바덴(호주)이 나란히 2m33을 기록했다.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를 마치고 귀국해 "가장 좋았을 때가 100이라면 90∼95까지 회복했다. 간헐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도하에서는 신체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컸다. 도약을 위해 발을 구를 때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졌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통증을 느낀 발목과 발뒤꿈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2m35)에 근접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우상혁은 "부상을 당했던 선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그걸 극복할 계기가 필요하다. 오늘 경기가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벽에 막힌 느낌을 깨뜨리게 해준 김도균 코치님께 감사하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괜찮다, 괜찮다'고 주문을 외면 다 극복하게 되더라"고 했다.

올해 개인 최고인 2m32를 넘는 우상혁. 뉴스1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와 이번 대회를 병행하느라 강행군을 치렀다. 도하에서 대회를 마치자마자 귀국했고, 하루만 준비한 뒤 경기에 나섰다. 우상혁은 "(시차 때문에)한 시간 정도 자고 경기장에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2ｍ16을 넘은 뒤, 코치님이 '2ｍ32로 올리라'고 하셨다. 코치님의 눈빛을 읽고서 나도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오늘은 바가 낮아 보였고, 실제로 바를 넘었다. 정말 기분 좋다"고 했다.

우상혁은 올 시즌 아시안게임에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역 최고 선수인 무타즈 바르심(32·카타르)를 넘어야 한다. 지난 다이아몬드리그에선 우상혁이 승리했다. 우상혁은 "바르심뿐 아니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등 경쟁자들이 많다.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한 해리슨과는 친한 사이고, 기량이 올라와서 나도 기뻤다. 멀리뛰기를 병행하는 해리슨이 높이뛰기에 더 집중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회에서 우상혁만큼 큰 인기를 누리는 선수는 없다. 현수막도 걸리고,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팬들과 후배 선수들이 많다. 우상혁은 "팬클럽 회원들이 오셔서 정말 놀랐다. 응원해주시면 그만큼 힘이 난다. 국내 팬들께 더 많이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부상 우려 등) 몇 가지 이유로 오늘은 단 두 번만 뛰었다. 더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오늘은 여기서 멈췄다"고 했다.

우상혁은 10일 출국해 21일 일본에서 골든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다. 우상혁은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에서 일본 선수(아카마쓰 료이치)에게 져 2위를 했다. 제대로 붙어서 이기고 싶다"며 "이후 일본에 남아 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엔 6월 3일 로마·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 7월 방콕 아시아선수권에도 나간다.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까지 여정을 이어간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회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다. 우상혁은 "금메달 따야 한다. 5년 전 자카르타에서 은메달을 땄다. 즐기는 마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