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는 왜 서울대처럼 요구하지 않나?

전국교수연대회의 장수명 2023. 5. 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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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5] 지역대 교수 수 증가, 양질 교육의 출발... 국립대학교법 제도화의 첫걸음 될 것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내놓은 대학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지역 대학 죽이기'라는 비판이 상당합니다. 자율과 혁신,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지역대학과 지역경제의 쇠락을 재촉한다는 주장입니다. '공공적 고등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관련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5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전국교수연대회의 장수명 기자]

 지난해 6월 서울대가 '샤' 조형물이 있는 정문에 광장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벌였다
ⓒ 연합뉴스
 
서울대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13.5명으로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287만 원 수준이다.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세계적 수준을 주장하는 데 비해 교수 1인당 학생수는 너무 많고 교육비는 너무 적은 편이다.

초중등 교육비와 비교해도 그렇고 OECD 유수 대학의 평균수준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다른 선진국은 물론 중국의 국공립 20개 대학들보다 많다.

다른 국립대의 상황을 보자. 부산대의 현재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0명,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147만 원이다. 서울대와 비교하면 41% 수준인데, 다른 국립대는 더 열악하다. 보유자산 등도 한참 뒤처진다.

그런데 과거를 생각하면 지역 국립대학교들도 서울대만큼 지원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떤 곳은 서울대와 설립연도도 유사하며 동일한 국립대학으로 모두 교육당국이 인가했고 당국이 자의적으로 지원했다. 서울대법과 법인화가 지정된 게 지난 2011년이라고 보면 그 이전에는 법적 근거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지역 국립대의 교육비를 대폭 지원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학과단위 전공별 교수진 규모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의 숫자와 규모는 중요하다. 대부분 나라의 고등교육비가 높은 이유는 교수들의 인건비 때문이다. 이들이 박사·대학원생과 첨단연구·기초연구를 수행하고, 그 성과와 새로운 발견에 기초해 충실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대 교수 늘어나면... 이렇게 바뀐다

물론 다수의 교수가 국가의 연구자금뿐 아니라 기업이나 공공재단이나 국제기구로부터도 연구비를 받아올 수도 있다. 교수의 수가 늘어나 연구가 활발해지면, 대학원이 살아나 학문에 흥미를 가진 대학원생들이 모일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을 하면 학부생들을 점차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성적 상위 1%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처럼 성적 상위 15%, 유럽처럼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이나 대학입학자격을 통과한 모든 학생에게 양질의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와 유사한 대학과 대학원이 많이 존재하면, 학부와 대학원을 이동하면서 상호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충원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부 출신들이 들어와 학문적 순혈주의의 고착을 없애면서 대학의 다양화로 창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급격히 감소되는 연구자를 보존하는 것도 이 길밖에 없다. 개별 국립대가 점차 서울대와 같은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종합대학으로 발전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국립대에서 진행된 연구와 교육은 지역의 사립대의 특성화와 맞물려 상호협력 체제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이 고등교육 생태계는 교육전반의 생태계를 발전시킬 것이며, 지역발전과 국가발전 그리고 세계의 진보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낮은 출생률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가 되지만, 다른 OECD 국가들에서도 평균적으로 낮아 인구감소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도 그 국가들의 대학과 교육생태계는 굳건하며 지역 혁신의 근거를 제공한다. 이민자 수를 늘려 인구가 증가한 캘리포니아가 경쟁력이 높은 것도 결국 캘리포니아의 고등교육체제가 이민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시민에게 양질의 연구와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사례, 지역 국립대에 적용하면 찾아올 변화
 
 대학 개강일인 2일 오전 경상도 한 대학 강의실과 복도가 수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 연합뉴스
어떻게 하면 이런 체제가 가능할까? 서울대의 사례를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가의 계획과 제도화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일본 제국주의가 제국대학 체제의 일부로서 경성제국대를 만들었고, 미군정 시기에는 경성대와 각종 수도권 국공립 전문대를 합쳐 서울대 국립대학교안(국대안)을 기획해 시행했다. 그리고 박정희 독재 시절에는 '서울대학교종합화10개년계획'에 따라 지원하고 발전시켜 왔다.

서울대 법인화에 의한 서울대법 과정도 국가 차원의 참여와 지원을 보장하면서, 서울대 구성원들의 합의를 끌어냈다. 서울대를 기획하고 계획해 제도화한 국가가 왜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국립대 체제를 기획하고 제도화하지 않을까.

민주화 이후 민주적 공공성을 위한 국공립 고등교육체제가 필요했다. 대학과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민주화와 지방분권시대, 그리고 혁신시대를 위한 국립대학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능하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40년 이상 이를 방기하며 국가의 혁신능력, 지방의 자생적 발전 능력의 기초를 허물었다.

특히 5.31 규제완화 및 시장화 정책으로 국가책임을 방기하면서 이를 더욱 훼손해왔다. 국가는 개별 국립대학의 발전이 아니라 국립대학체제의 질 강화와 발전을 기획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이고 민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국립대학교법이 그 제도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와 재정의 확충이다. 서울대가 오늘날의 위상을 가진 데에는 국가계획에 따른 재정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지난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전체 고등교육예산의 93.3%, 93.3%, 88.6%, 83.3%, 71.6%, 69.8%, 57.4%가 각각 서울대에 지원됐다.

이런 집중지원과 국가자산의 양도가 현재의 서울대를 만들었다. 오늘날 이런 특혜를 요구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두 가지는 할 수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새로운 고등교육사업을 시행했는데, 이 사업자금만으로는 대학역량 강화의 핵심인 교수충원을 대폭적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할 수 없다. 이 사업자금은 대폭 감소하고 운영비와 학교 교육비는 늘려 교수를 충원해야 한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사업도 해외사례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해외 대학들의 교수 1인당 학생 수, 전공별 교수진의 규모,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기본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외형적으로 드러나게 부수적 지원의 사업형식만 따라하고 있다.

교육부는 해외 대학의 대학강화정책 이전에 이들의 기초를 살펴보기 바란다. 국립대학체제의 계획에 따라 기본적인 요소부터 충실한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더 확충한다면 이는 가장 효과적인 국가투자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대학 자체의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 개별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으로 혁신하고 연구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연구실의 운영을 융합적으로 개방적으로 하며, 그 성과를 지역과 공공영역과 시민사회와 산업계와 나눌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영역에서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지역 국립대의 교수와 총장이 또는 국립대가 있는 지역의 시민과 대학생이 자신의 대학에 서울대학교만큼 지원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지금도 각 주체가 왜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지 이유가 불분명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위의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국립대학체제가 제도화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사립대학들과 협력 공공적 고등교육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지사·지역 국립대학의 총장·지역의 교육감, 그리고 교수단체들이 연합해 공평한 지원과 과거의 편향을 바로잡는 확대지원을 당장 요구해야 한다. 

새로운 대학체제는 지역 균형발전을 이룩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환경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사회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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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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