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잡듯 美기업 뒤진다…中이 내보낸 '스파이 색출 영상' 속내
중국이 국영 매체를 통해 서방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가 기밀 유출에 관한 스파이 색출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각국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 유출 조사가 진행되자 보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국영 뉴스 채널인 CCTV-13은 8일 미 컨설팅 업체에 대한 공안 단속 과정을 담은 15분 분량의 영상을 방영했다. CCTV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 대한 봉쇄와 탄압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군사, 경제,금융 등 핵심 분야에서 정보를 빼돌리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며 “국가보안국 조사 결과 법망을 피해 컨설팅 회사를 이용해 국가 기밀을 훔쳐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 기업은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캡비전’(capvision)이다. 이 회사는 해외 기업에 자문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컨설팅 회사다. 중국 안팎의 1000여 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자문을 위해 데이터베이스화된 전문가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
상하이시 국가안보국은 “해당 업체가 중국 정책 국방 및 군수산업, 금융 및 통화, 하이테크, 에너지, 의학 등의 전문가와 기밀 유지 각서를 맺은 뒤 면담을 통해 정보를 빼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과 국가 기밀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CCTV에 따르면 캡비전은 2017~2020년까지 3년간 수백 개의 해외 기업으로부터 2000건 이상 정보 제공 요청을 처리했으며 회사가 받은 돈은 미화 7,000만 달러(약 925억원)였다.
지난달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반(反)간첩법 개정 이후 중국은 해외 기업 대상 기밀 유출 단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Mintz) 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해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한 데 이어 캡비전의 주요 고객사 중 한곳인 미국 투자회사 베인앤드컴퍼니(Bain&Co)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 대형 제약업체인 아스텔라스의 직원을 베이징에서 스파이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중국이 미국의 틱톡 금지와 반도체 거래 차단, 자국 기업 조사 등의 조치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같은 조치가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중국 당국이 컨설팅, 회계 같은 대기업 서비스 업체, 감사 업체 등 미 기업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방을 강조한 중국의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비즈니스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은 우려는 당국의 조치가 공개된 메시지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지난 3월 리창(李强) 총리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흔들림 없는 개혁개방”을 강조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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