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자화자찬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 이룬 분야 없다"

유창재 2023. 5. 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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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생중계 국무회의로 1년 성과 강조,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불만도 토로

[유창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자신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그는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전세사기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선 전임 정부 탓을, 제도 정비와 관련해선 "거야 입법에 가로 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고 화살을 야권에 돌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9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약 12분 분량의 대통령 모두발언은 TV로 생중계됐다.

'한일 정상회담'으로 운 띄운 윤 대통령의 외교

이날 윤 대통령은 먼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일요일(7일) 기시다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12년 만에 대한민국을 양자 방문했다"면서 "3월 16일 저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한일 셔틀 외교가 12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양국 정상이 오가는 데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면서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일 정상회담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과학·문화·인적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 걸친 양국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또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관해 우리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다음주 G7 정상회의에서는 히로시마에 위치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 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각 정부 부처를 향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협력 사항들을 꼼꼼히 챙기고 진행시켜서 우리 국민이 그 혜택을 직간접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다음주에 있을 G7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된다"면서 "지난달(4월) 국빈 방미 계기에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하게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1년 자화자찬한 윤 대통령...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성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년 최고 성과로 '외교·안보'를 꼽으며 "취임 후 11일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됐다"라고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우선 외교 성과로 지난해 6월 한국 정상으로서는 처음 참석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의 연대를 구축하고, 이제 지역 안보에서 글로벌 안보 상황으로 바뀐, 그런 세계 안보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여러 나라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원전·반도체·공급망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성과도 이뤄냈다. 이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세계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외교 활동으로 미국의 뉴욕대와 하버드대 방문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9월에는 UN 총회와 뉴욕대에서 '뉴욕 구상'을 발표하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새로운 규범 질서 수립과 아울러서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 그리고 디지털 ODA(공적개발원조)를 제안했다"면서 "최근 미국 국빈 방문 시에는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한 하버드대 연설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디지털 기술의 악용을 막기 위한 세계 자유시민의 연대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펼친 정상 세일즈 외교 성과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에 약 40조 원에 달하는 26건의 MOU를 체결했다"면서 "그 첫 성과로 올해 3월에는 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특히 올해 1월 UAE 국빈 방문에서는 3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며 "이러한 대규모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를 통해 우리의 유망 스타트업, 벤처,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우리 제품의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분야 성과로는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우리의 3축 방어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면서 "또 과거 몇 년간 중단됐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실전훈련을 한층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능력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정상 차원의 합의문서인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국정철학인 '자유'와 '법치'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국제사회는 지난 70년간 주권 평등, 영토 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규범에 기반해서 질서를 구축하고 자유·평화·번영을 구현해 왔다"며 "우리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와 국민에게 이러한 국제규범도 국내법과 같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해 왔다. 특히, 안보와 경제가 국제 협력하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국제규범의 존중과 그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는 지난 1년간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경제 역량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다함으로써 글로벌 질서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과 다층적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와 경제,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 정부 겨냥한 비판... "전세사기, 과거 정부 비정상 정책이 사기 토양 돼"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먼저 윤 대통령은 "최근 전세 사기 그리고 주식과 가상자산에 관한 각종 금융 투자 사기가 집단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특히 서민과 청년세대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고 절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서민과 청년에 대한 사기 행각은 전형적인 약자 대상 범죄"라며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이러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며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다. 순간이다"며 "그러나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리고 정상적인 복원까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고통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과거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목격하셨다"면서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중요 마약범죄에 대한 법 집행력을 회복하고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는 등 마약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민방위 훈련 재개 "공공기관부터 시작, 그다음 전국민 확대"

끝으로 오는 16일 민방위 훈련을 6년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다"면서 "국민 스스로를 지키는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실제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반복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으로 실제상황에 대처하는 민방위 훈련을 세계 많은 나라가 실전처럼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지난 6년간의 미실시를 감안해서 먼저 공공기관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다음 단계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으로 정상화 수순을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각 부처에 "실제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행안부 등 관계 부처는 세심하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는 당부로 모두발언을 맺었다.

한편, 5월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별도의 기자회견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용산어린이정원 개장을 계기로 진행된 출입기자 오찬 당시 윤 대통령은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취임 1주년 기념으로 9일부터 6월 8일 한 달 동안 국정 운영 비전이 담긴 3D 전광판을 서울 시내에 띄운다. 서울 강남 삼성동 케이팝 스퀘어에 1일 기준 55회,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K컬처 스크린 50회, 중구 디지틀조선일보 건물 208회씩 각각 송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K컬처 스크린에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내용을 담은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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