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 어두운 역사 외면하지 않으면 새 미래"…취임1년 외교 자평
韓정상 최초 나토 회의 참석·인태 전략 발표
韓 세계 평화·번영의 허브 역할을 수행 목표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제3자 해결안을 내놓은데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 단계 이상으로 공고해질 것이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고 역내 평화에 기여해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인도·태평양지역까지 넓힌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에서 "기시다 총리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발언은 TV로 생중계됐으며,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 형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달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기시다 총리가 지난 7~8일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일 셔틀외교가 12년만에 복원됐지만, 야당에선 '빵셔틀 외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면서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경제·산업·과학·문화·인적교류 등 폭넓은 분야 협력 방안,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시찰단을 파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의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공동 참배 등을 언급하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한일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 향후 G7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 구축을 위한 연대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취임 후 지난 1년간 자유·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중요 회담·회의 참석 사례, 세일즈 외교 사례를 들며 한국의 외교적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고도 역설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환담·전화 회담을 제외하면 양자회담 35번·다자회의 13번 참석, 10개국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한국 대통령 최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지난해 6월), 유엔총회 참석 계기 디지털 규범 수립 및 격차 해소 공적개발원조(ODA) 발표(지난해 9월), 정부 최초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지난해 11월), 민주주의 정상회의 공동주최(올해 3월) 등을 통해 국제 사회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차,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국제사회는 지난 70년간 주권 평등, 영토 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규범에 기반해 질서를 구축하고 자유, 평화, 번영을 구현해왔다"며 "우리 헌법은 정부와 국민에게 이러한 국제규범도 국내법과 같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과 다층적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달 국빈 방미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합의한 워싱턴선언과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관련해선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며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능력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한국은 미 핵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세일즈 외교 추진에 대한 성과를 설명하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 양질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반도체·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방산 수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지난해 11월 방한 때는 총 300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르는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대규모 오일머니 유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때는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와 48개 MOU를 맺었다. 지난달 국빈 방미에서는 59억달러(약 7조9000억원) 투자 유치, 50건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정상 세일즈 외교를 폈다"며 "앞으로도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우리 제품의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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