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테라보다 빠르다…공격적 마케팅으로 반드시 맥주 1위 탈환”

최선을 2023. 5.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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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인터뷰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맥주 켈리 병 색상을 닮은 주황색 넥타이를 맨 그는 “반드시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하이트진로

“맥주 1위 탈환, 올해 안에 승부”


“‘켈리’의 판매 속도가 ‘테라’보다 더 빠릅니다. 테라로 판을 흔들어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고, 그 위에 켈리를 더했습니다. 반드시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습니다.”

배수진을 쳤다. 김인규(61)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4일 인터뷰 내내 “1위 탈환”을 외쳤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앞세운 소주 시장에서는 독보적 1위지만, 맥주 시장에서는 2012년 오비맥주에 왕좌를 내준 이후 만년 2위에 머물러 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한 바로 다음 해에 선두를 뺏겼다는 김 대표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올해 안에 승부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 출시 행사에서 모델들이 덴마크 프리미엄 맥아 100%의 더블 숙성 라거 켈리를 선보이고 있다. 두번의 숙성 과정을 거친 켈리는 부드러움과 강렬한 맛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뉴스1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만난 김 대표는 켈리 병 색상을 닮은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맥주 신제품 켈리 출시 이후 공식 행사에선 항상 이 넥타이를 하며 영업에 앞장선다고 했다.

켈리는 테라 성공 이후 4년 만에 나온 하이트진로의 야심작이다. 김 대표는 “기존 라거 맛에 약간의 과일 향이 더해졌고, 첫입은 부드러운데 넘기는 뒷맛은 청량감이 있다”며 “35년 회사 생활 하면서 ‘이번엔 제대로 만들었다’고 자신한 제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달 출시…36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


출시 한 달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달 하이트진로의 맥주 총 판매량 444만 상자(1상자는 330mL들이 30병) 중 테라는 246만 상자(55.4%), 켈리는 74만7000상자(16.8%)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엔 맥주 총 348만 상자, 테라 214만 상자를 팔았다. 김 대표는 “켈리 출시 약 한 달간 전년 동기와 대비해 맥주 총판매량이 96만 상자 늘었고 테라도 자기 잠식(캐니벌라이제이션) 없이 판매가 늘었다”며 “초기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켈리는 오는 10일 100만 상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출시 후 36일 만으로, 39일 만에 100만 상자를 팔았던 테라보다 빠른 상승세다. 켈리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했다. 패키지는 앰버(호박색) 컬러 병을 개발해 차별화했다. 김 대표는 “이제 맥주는 오감으로 마시는 술이 됐다”며 “특히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패키지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시음 팝업 스토어인 ‘켈리 라운지’를 열고 소비자 공략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이곳에서는 켈리를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형 콘텐트도 즐길 수 있다. 팝업 스토어는 서울 강남, 대구 동성로, 부산 서면에서 진행되며 미성년자 출입은 제한된다. 사진 하이트진로


최근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와인·위스키가 인기다. ‘소맥’ 문화의 미래를 묻자 김 대표는 “아직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와인 시장은 소주·맥주보다 크지 않고, 양주 시장은 더 작다”며 “와인의 경우 코로나19 특수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입 맥주가 들어와도 국내 라거 시장은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소맥 폭탄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신제품 '켈리'의 광고 모델로 배우 손석구를 발탁했다. 사진 하이트진로

“가격 인상 고민할 단계 아냐”


김 대표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영업이익이 적자인 회사는 망하지 않지만,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없는 회사는 망한다”며 “우리가 잃었던 1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 가격이 평균 9.8% 오르는 등 올해 영업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하이트진로는 올 2월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한 번 얘기했는데 번복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아직은 가격 인상을 고민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하이트진로 강원 홍천공장에서 맥주 신제품 켈리가 출고되는 모습. 켈리는 오는 10일 판매 100만 상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출시 후 36일 만으로, 39일 만에 100만 상자를 팔았던 테라보다 더 빠르다. 사진 하이트진로

“국내 소주 시장 한계…수출 역점”


대신 수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1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이후 소주 수출액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소주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수출과 해외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교민들 위주였지만 이젠 현지인 위주로 마케팅한다”며 “일본 편의점엔 한국 소주가 거의 다 들어가 있고, 현지에서 TV 광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수출용 소주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이후 소주 수출액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회사 최초로 내년에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100주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소비자와 협력사 등에 보답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가 없었다면 100주년은 불가능했습니다. 100주년 이후 지속 성장 전략은 모든 게 다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코로나19가 소비 패턴을 모두 바꿔놓았기 때문이죠.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후변화 등이 녹아 있는 미래 생존 전략을 마련할 것입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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