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이동노동자센터 폐쇄, 이건 정말 우연일까

이희동 2023. 5. 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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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동의 5분] 플랫폼 노동자에게 소중한 공간... 폐지 반대 나선 노동자·시민사회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노조 탄압에 항의해 분신 사망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고 양회동 강원지부 지대장의 빈소가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가운데 4일 오후 건설노조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1일 노동절에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희동 지대장이 끝내 숨졌습니다. 양씨는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니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는다"라며 유서를 남겼는데요.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부 측에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상습체불 근절대책 발표' 뒤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건설 현장 등 노동시장에서 공정과 노사 상생의 관행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 잡는 정치 이제 그만하라"고 정부여당을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건폭 운운하며 노동자를 폭력배 취급하는 분열의 정치를 중단하라"며,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서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노동자는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 허망한 죽음 앞에 도대체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분노와 책궁, 연민, 비탄의 심정이 복잡하게 마음을 휘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참혹한 국정실패를 노동자 때리기로 눈가림하려는 얄팍한 속임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반인권적인 노동자 탄압에 강력하게 맞서 노동 퇴행을 저지하고 노동존중사회를 향해서 끊임없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대통령을 필두로 주요인사들이 먼저 아무렇지 않게 69시간 노동시간을 운운 하고, 툭하면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노동조합을 악마화시키곤 하는 현 정부. 문제는 이런 윤 정부의 국정 기조 방향이 기초 지자체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통령이 대놓고 '노동'권을 무시하는데, 구청장이라고 다를까요? 강동구의 경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쇄... 논란 되고 있는 이유는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쇄 반대 집회
ⓒ 이희동
 
지난해 7월 강동구 이수희 구청장은 취임 뒤 기존의 '노동권익센터'를 폐지했습니다. 예산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며, 팀으로 축소해 내실을 찾겠다고 했는데요. 10개월이 지난 현재 강동구는 오히려 센터 폐지를 핑계로 노동, 인권 관련 조례들을 폐지하거나 통합하려 하고 있고, 관련 정책들을 축소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누구를 위한 구청장인가" https://omn.kr/23i76 ). 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지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현재 3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최근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대부분 취약계층에 속하는 그들은 그곳에서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함께 신세 한탄도 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강동구가 그 많은 예산을 들여 하고 있는 1인 가구지원 센터의 역할을 여기서 실제로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는 1인가구센터의 역할도 한다
ⓒ 이희동
 
그러나 강동구가 이 센터를 오는 5월 말 폐쇄하려고 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구청 측은 구비를 투입해서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중 강동구민이 35%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폐지 이유로 대고 있지만,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등록자가 아닌 사용자 기준으로 보면 하루 이용하는 50~60명 노동자 중 70% 이상이 강동구민이며, 대부분 50대 이상 취약계층에 속하는 이들입니다.

강동구는 또한 전체 이용자의 95%가 대리기사라며 특정 직군에만 편중되었다고 하지만, 이 역시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대리기사가 95%든 100%든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센터의 대상자는 대리기사를 포함한 '이동노동자' 아닙니까? 경로당에 할아버지, 할머니만 오신다고 하면 그것도 특정 연령에 편중됐다고 할 건가요?

만약 강동구가 대리기사 외의 다양한 이동노동자 직군을 생각했더라면, 공간을 구할 때 지금의 번화가 안쪽의 3층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다른 곳을 고려했어야 합니다. 공간이 좁더라도 오토바이도 댈 수 있고, 더 쉽게 들를 수 있는 길가의 1층을 고민했어야 합니다. 또한, 센터의 존재를 더욱 홍보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빼놓고 결과만 놓고 이야기 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강동구 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지 관련 간담회를 연 이희동 강동구 의원(필자, 가운데)
ⓒ 이희동
 
강동구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던 예산의 중단도 센터 폐지의 큰 이유라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강동구가 먼저 '노동권익센터'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기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을 뿐, 노동권익센터의 예산 일부를 이용하여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운영한 것은 강동구의 정책이라는 지적입니다.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

최근 강동구청 앞은 시끌벅적합니다. 이동노동자지원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대리기사부터 시작해서 더 이상 강동구의 후퇴하는 노동정책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강동구의 센터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탓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 노동자들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강동구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지 반대 기자회견
ⓒ 이희동
 
구의원으로서 강동구에 제안합니다. 예산이 없다고 무조건 센터를 폐쇄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랍니다.

다른 지역의 예산 절감 사례도 살펴보고, 중앙정부의 지원사업도 고려해보고, 그것도 안 된다면 서울시에 다시 한번 요청하십시오. 현재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시비로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추경이 필요하다면 구의회와 협의해도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청장은 이 모든 절차에 앞서 이동노동자들에게 문자만 보낼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직접 만나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쉼터를 없애겠다고 하면 우선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법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부디 노동정책과 관련하여 강동구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합니다.
 
 강동구이동노동자지원센터 폐지 반대 집회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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