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친윤 공부모임서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만났어야"

의원 74명 참여하는 당내 최대 공무모임
야권 인사 강연자로 나선 것은 출범 후 처음
野돈봉투 의혹 언급 "與도 전대 때 썼을 것"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국민공감에서 '한국정치 이대로 괜찮은가?'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원로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9일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형사 피의자라도 한번 만났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친윤(親尹)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이 주최한 '한국 정치 이대로 괜찮은가' 강연에서 김종혁 전 비대위원의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며 여야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 대표가 대선에 졌으면 당대표에는 안 나가길 바랐는데 본인이 그렇게 선택하더라"라며 "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찰개혁법,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게 의원총회에서 뒤집혔다. 나는 그게 당과 대통령실에 가장 잘못한 것이라고 본다"고 작심 비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또 "우리나라처럼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국회의원 초선 비율이 이렇게 많이 바뀌지 않는 나라는 없지 않냐"며 "훌륭한 사람들을 모셨지만 왜 4년이 지나면 몹쓸 사람이 되는 것이냐. 참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3∼4개 당이 있는 다당제로 가야 한다. 승자 독식의 양당제를 바꿔야 한다"며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정당을 해도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돈봉투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이 돈 봉투 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사실 들켜서 그렇지 (국민의힘도) 전당대회 때 돈 좀 쓰셨을 것 아니냐, 다 선수끼리"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강연을 듣던 김기현 대표는 "받은 사람 있나 나와보라고 하라"고 받아쳤다. 유 전 사무총장은 "어쨌든 안 들켜서 다행이다. 내 얘기는 이것도 좀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규 사무총장, 김기현 대표,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연합뉴스

강연에 앞서 김 대표는 축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에 요구하는 것 중 한 가지는 도덕성이다. 또한 여당에 바라는 점은 뭐니뭐니 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이 시험도 치고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국민공감이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여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돼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해야 한다는 국민의 절규에 가까운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라며 "유인태 선배를 통해 어떻게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할지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공감은 지금까지 8차례 열렸다. 이번 강연은 국민공감 간사인 박수영 의원이 요청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공감은 친윤계 의원 74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친윤계 모임이다. 야권 인사가 국민공감에서 강연자로 나선 것은 출범 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