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의원 협박" 中 외교관 추방..."캐나다 외교관도 나가라" 中 보복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정부가 자국 정치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도 캐나다 외교관 1명을 맞추방하는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양국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주토론토 중국영사관 소속 영사 자오웨이(趙巍)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5일 내 국외로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신중한 조사 끝에 나온 결정"이라며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내정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캐나다에 있는 외교관들에게,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경고했다"고 공개했다.
자오웨이는 마이클 청 캐나다 연방 하원의원(보수당)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과 관련해 법안을 발의하고 중국을 비난하자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반중 행보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캐나다 정보국은 자오웨이가 홍콩에 거주 중인 청 의원의 친인척 정보를 수집해 그를 압박하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일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이 자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며 알려졌다.
청 의원은 지난 2021년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이를 '인종학살'로 규정하자는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정치인이다. 당시 캐나다 하원은 자국 정부에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채택했고, 이후 중국 정부는 청 의원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하고 제재 명단에 올렸다.
자오웨이 추방과 관련,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 상하이 주재 캐나다 총영사관 소속 제니퍼 라론드 영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오는 13일까지 중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캐나다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중국도 보복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중국은 캐나다의 조치에 단호히 반대하며 강력한 항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도 "이념적 편견에 기반한 정치적 조작"이라며 "캐나다의 불합리한 도발은 중국 외교 및 영사관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켰으므로 캐나다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중국이 경제적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자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晚舟)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자, 보복 격으로 캐나다인 2명을 구금하고 이 나라 주력 수출품인 카놀라 관련 제품 수입을 금지했었다.
캐나다 역시 대중 강경 노선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캐나다에선, 중국이 지난 2019년과 2021년 총선에서 친중국 후보들을 지원하는 공작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했단 의혹이 커져 반중 여론이 커진 상황이다.
캐나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지 언론이 보도에 인용한 보고서가 약 2년 전 작성됐음에도 그간 어떤 조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트뤼도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보당국이 이를 총리에게 보고할 정도의 사안이라 보지 않아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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