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탈달러 연대' 자원부국 움직이는 中

베이징=김현정 2023. 5.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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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화폐전쟁]달러 위협하는 위안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이 반(反)세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은 세계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전례 없는 보폭의 정상 외교를 통해 자원 부국과의 관계를 챙기고, 나아가 미국 고립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위안화가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강달러가 경제에 주는 부담에 지친 각국도 대체 화폐로서 위안화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위안화가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 화폐시장의 미·중 대결에 각국 이목이 쏠렸다.

中, 국제거래서 위안화 비중 48%
달러화 비중 처음으로 넘어서
자원부국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 속도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달러화(47%)를 넘어서며 48%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대외 무역과 함께 중국 본토와 홍콩 자본 시장 간 증권 거래 등 모든 종류의 거래를 포함해 산출됐다.

전쟁을 일으킨 뒤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탈달러의 일선에서 위안화 존재감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위안화·루블화 거래가 러시아 통화시장 거래의 39%를 차지하며 달러·루블화(34%) 비중을 앞서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위안화 자산을 최대 60%까지 포함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위안화 결제가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을 더욱 긴장케 한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은행에 중국은 첫 위안화 대출을 내줬고, 중국 국영 수입 에너지 기업인 중국해양석유는 프랑스 토털에너지로부터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 6만5000t을 구입하면서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했다. 이는 LNG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가 사용된 최초의 사례로 알려졌다.

남미 최대의 자원 부국 브라질도 탈달러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월 브라질 중앙은행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브라질 내 위안화 청산 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위안화 청산 은행은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 결제 대금의 청산을 담당하는 은행이다. 인민은행은 이제까지 29개 국가에 31개 은행을 지정해 둔 상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방중한 자리에서 "왜 우리는 자국 통화로 무역을 할 수 없나. 달러가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언급, 달러 패권에 적대감을 드러내며 중국 편에 노골적으로 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아르헨티나도 이달부터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방글라데시는 원자력 발전소 개발 자금으로 사용된 러시아 차관의 일부를 청산하기 위해 3억1800만달러(약 4198억원) 상당의 위안화 지불을 승인했다. 중국이 개입되지 않은 국제 거래에 위안화가 사용된 것은 드문 일이다. 싱크탱크인 월슨센터의 대니얼 맥도웰 중국연구원은 "이제껏 국제적으로 위안화가 지불통화로 사용된 것은 거래 한쪽이 중국이었을 경우였다"면서 "러시아와 사업을 하기 위한 파트너들에는 이제 다른 실질적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 결제 시장의 빠른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맞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며 기축통화로 급부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달러 결제망인 SWIFT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글로벌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26%에 그친다. 미국 달러(41.74%), 유럽 유로(32.64%), 영국 파운드(4.78%)에 이은 5위다. 무역금융에서의 위안화 점유율도 지난해 대비 2배 늘었지만, 수치 자체는 4.5%에 불과해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 집계에서 중국이 SWIFT와는 완전히 별개로 개발한 ‘국경 간 위안화 결제 시스템(CIPS)’ 거래는 제외됐다. 현재 CIPS의 외형도 SWIFT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회원사는 1304개 정도로 SWIFT(1만1000개)의 12% 규모에 그친다. 회원사의 대부분(41.5%·542개)이 중국에 소재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를 드러낸다.

디지털 위안화 프로젝트도 가속
BNP 파리바도 거래 시스템 지원 나서
공무원 급여 지급 등 정착에 총력

그러나 현재 달러가 움켜쥐고 있는 세계 금융 질서를 일부분 위안화가 흡수하는 ‘블록화’의 양상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스더 로 아문디SA 수석 자금관리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에 대한 두려움, 또 차관을 제공한 중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실질적 변화를 느끼면서 위안화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리존SLJ캐피털의 공동설립자인 스티븐 젠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중국이 자국 통화의 국제적 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투자와 금융 분야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 위해 중국이 국가적 프로젝트로 전개 중인 디지털 위안화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주요국 가운데 법정 디지털 화폐를 도입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최근 프랑스 최대 은행 그룹 BNP파리바는 중국 은행과 협력해 디지털 위안화를 중국 기업 고객이 실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에만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을 통해 소비 쿠폰 등을 포함해 약 1억8000만위안(약 350억원) 이상을 배포했다. 2025년까지 사실상 중국 내 표준 디지털 화폐로 정착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장쑤성 창수시 등 일부 지역은 공무원 급여와 국유기업 직원들의 급여를 전액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성공적으로 안착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중국 유통 화폐의 상당수가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간 정치·외교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관세나 불매운동으로 보복하던 강압적 태도는 중국 경제 전반뿐 아니라 위안화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위안화가 여전히 정부의 자본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기축통화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위안화 환율은 현재 외환시장이 아닌 인민은행이 결정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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