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회담, 진정한 리더십 본보기"…3국 NCG엔 "협력해야"
미국 정부가 한ㆍ일 정상회담에 대해 “진정한 리더십의 본보기”라며 재차 평가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며 한ㆍ일 간 미래 협력을 강조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고통을 겪어 마음이 아프다”고 사실상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유감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과 관련한 질의에 “환영한다”며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중요한 새로운 장이자 새로운 시작으로, 진정한 리더십의 본보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법치주의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진전시키기 위한 동등한 헌신과 공동의 약속을 존중하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 사이의 새로운 추진력을 만들어냈다”며 “우리는 이런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동맹인 한ㆍ일과 다른 파트너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텔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7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ㆍ미 간 ‘핵협의그룹(NCG)’과 관련해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오늘 (최근 한ㆍ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의 변화와 관련해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우리는 파트너인 한ㆍ일간 협력의 증대를 환영하고, 이는 한ㆍ미ㆍ일 간 협력 증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ㆍ미, 미ㆍ일 양자 간이나 3국 간에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는 또 중국이 한ㆍ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올 연말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개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선 “그건 우리 파트너인 한ㆍ일에 물을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나라에도 미국과 중국, 혹은 미국과 그 어떤 나라 중에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삼각 군사협력 상한 높여"
미 의회에서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한ㆍ일 정상회담과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우리의 파트너들 사이 증가하는 협력을 기반으로 계속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달 19일 일본 히로시마(広島)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3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관련, 매콜 위원장은 “이달 G7 국가들이 중국공산당의 경제적 강요에 맞서 공조를 확대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3국 간에도 대중국 견제를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한ㆍ일 셔틀외교 복원이 한ㆍ미ㆍ일 간 안보 협력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VOA는 9일 전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ㆍ미정책국장은 “한ㆍ일 셔틀외교 복원이 중요한 건 (한ㆍ미ㆍ일) 삼각 협력의 상한선을 높였다는 점”이라며 “군사협력 가능성이 커졌다. 2018년 레이더 조사(照射) 사태 이후 한ㆍ일 간 군사작전과 관련해 존재했던 제약들이 제거되길 희망한다”고 방송에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12월 한국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초계기에 대해 저공 위협 비행을 이유로 일종의 공격 의사를 뜻하는 사격통제 레이더를 쏘았는지를 두고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이 사안에 대해선 양국 군 당국의 입장 차가 여전한 상황이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ㆍ태안보석좌는 “(NCG의 일본 참여는) 공동의 위협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먼저 한ㆍ미 간에 추진하되, 추가로 3자 간 핵전략계획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방송에서 “(한ㆍ일의 반도체 분야 공조는) 미국과 동맹들의 경제안보와 공급망 탄력성 강화에 매우 중요한 조치”라며 “미국이 수출 통제를 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는데, 한ㆍ일의 협력 없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한ㆍ일이 일부 영역에선 경쟁하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도모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각자 대규모 반도체 인프라 신설에 나서는 등 국가 총력전에 돌입한 상황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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