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없다"는 유인태의 쓴소리…"尹, 이재명 형사피의자라도 만나야"

금보령 2023. 5.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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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원로 유인태, 9일 국민공감 강연 나서
국민의힘 '공천' 시끄러운 상황 꼬집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9일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뼈 있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을 계기로 논란이 된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 등 여권내 내홍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한 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 한 명만 공천을 요구했다는 비화를 공개하며 해법을 제시했다. 유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 및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야권 원로 인사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민공감 세미나의 강연자로 나서 “원래 쓴소리는 애정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이 당에는 애정이 별로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요새 흔히 국민의힘 공천 가지고 신경들 쓴다고 전부 목맨다고 한다”며 “공천 문제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경선에 맡기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자꾸 인위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만 생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전통적 강세 지역인 영남권을 중심으로 검사 출신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내홍 조짐을 보이는데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으로 인한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공부모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에 유 전 총장은 열린우리당과 국민의힘 상황을 비교했다. 그는 “그때 거의 다 경선을 맡겨서 정동영 당시 당대표가 미는 사람도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마포 정청래 의원은 아무런 ‘백’도 없던 사람이 경선에 이겨서 지금 몇 선이나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딱 하나, 부산에서 인권 변호하던 변호사 한 명 비례대표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치관계법을 바꿔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유 전 총장은 “정치관계법은 사람들이 지키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도 못 지키게 해뒀다”며 “다들 지역에 당협사무실 운영하고 있는데 그게 불법으로 되어 있다. 회의는 그래서 커피숍 가서 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당협 회의를 하면 불법이고 실제로 벌금 받은 친구들도 있다. 아무도 안 지키는 정치관계법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도 “현역일 때는 후원회가 있으니까 가능한데 현역이 아니면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해놓은 이런 법이 어디 있나”라며 “가까운 사람이 더 잘하라고 주는 돈은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다당제를 높이 평가했다. 유 전 총장은 “다당제로 한 3~4개 정도가 주요 정당으로 100여석 남짓씩 차지하고, 나머지 한 30석에서 몇십 석 되는 정당 2개 정도 (하면 어떨까)”라며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원화됐으니까 그럴 필요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하기도 했다. ‘여야 관계에서 극한 대립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형사피의자라도 만났어야 한다. 그게 우선이라고 본다”며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중재안’이었던 검찰개혁법을 수용해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게 뒤집혔는데 대통령실이 제일 잘못한 게 그것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박 전 의장이 제시했던 법안을 받아들였으나, 당내 거센 반발로 인해 합의를 철회한 바 있다.

이날 강연은 국민의힘 ‘쇄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유 전 총장을 강연자로 요청한 국민공감 기획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주로 장관들을 초청해서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공부는 했는데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야당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어보자고 했다”며 “현역을 불러서는 정파적인 얘기만 나올 것 같아서 옛날 정치도 아는 원로분을 부른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야당 인사를 초청할 전망이다. 박 의원은 “필요할 때 좋은 분들이 있으면 (초청)할 것”이라며 “공부모임인데 못 부를 이유가 있나”라고 덧붙였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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