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구 위의 작은 구멍은 새 가족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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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식 기자]
휴일을 맞아 동네 앞산에서 운동을 마칠 무렵이었다. 작은 새가 자꾸 운동기구 위에 앉았다 날아갔다 하고 있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마무리를 하는데 사람들의 대화 중 새가 특별한 곳에 집을 짓고 산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나의 고정관념이, 새집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다고 단정한 상태였다.
새는 가끔 날아다니는데 나무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새집이 보이지 않아 그 사람들에게 새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저기라고 하는데 대체 새집이 있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다시 물으니 설마! 그냥은 보이지 않는 바로 운동기구 꼭대기 지지대 안에 있다는 것이다.
아니, 공간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은 거기에 새가 산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암만 생각해도 새집을 지을 공간 확보가 불가능할 것 같아 말로만 듣고는 그 장면을 그릴 수가 없다.
눈으로 확인하기에는 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도 다칠 수 있는 약간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안 된 채로 내려가기도 애매하다. 결국 새에게도, 나에게도 최대한 해가 덜 되도록 조심을 하며 운동기구 위를 올라가 보기로 했다.
▲ 운동기구 지지대 꼭대기 구멍 속 보금자리 |
ⓒ 홍미식 |
이름도 알지 못하는 작은 새는 빠르게 날 수 있는 것 외에 자신을 보호할 다른 무엇이 없어 보였다. 적자생존 냉혹한 야생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며 종족을 이어가기에는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 저 작은 새는 자신의 약점을 막아줄, 생존에 알맞은 곳을 찾아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장소를 헤맸을까?
어쩌면 집을 짓고 허무는 시행착오를 수십 번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기어이, 누구에게도 쉽게 발견되지 않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고 있다. 참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간 승리, 아니 눈물겨운 새 승리의 현장이다.
성체가 되어봐야 여전히 아기같이 아주 작은 새지만, 그 안에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켜 먹이를 날라다 키우는 어미새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며 자신은 굶어가면서도 자식의 입에 넣는 걸 아까워하지 않으셨던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상념에 젖어 새를 기다린다. 체구에 따라 소리의 울림이 다른 듯 간간이 들리는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영롱하기 그지없다. 계절의 여왕 5월 청량한 날씨에, 차츰 색이 짙어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듣는 새소리는 정말이지 더없이 맑은 노랫소리이며 아름다운 자연의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이다.
그 모습을 담기 위하여 기다려 본다. 보금자리의 주인인 작은 새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줄이려고 주의하면서 촬영하려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새들은 자주 먹이를 입에 물고 들락거렸지만 조심하면서 찍으려는 의도도 그렇고, 워낙 작은 새이다 보니 움직임이 너무 빨라 잡기가 어려웠다.
자연 다큐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설정이란 장치가 불가능한, 모든 삶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동식물의 세계에서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하여 며칠씩, 길게는 몇 달씩 잠복하며 촬영을 한다더니 감히 그 상황을 1/10000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보금자리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어미새 |
ⓒ 홍미식 |
생명을 가진 생물의 모성 본능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워낙에 깊어서 그 장면을 마주치게 되면 마음이 짠할 때도 있고 감동적일 때도 많다. 단언컨대,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성은 훌륭하다.
마침 어버이날, 자신의 새끼를 안전한 곳에서 키우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작은 새가 더 크게 와 닿으며 지금은 마음속에서만 뵐 수 있는 엄마도 그립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아침이었다. 평화로운 시간, 난데없는 침입자에 놀랐을지 모를 새 가족에게 사과하며 힘차게 먹이를 찾아 나선 작은 새의 소중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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