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한국 피해 최소화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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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수입시장 재편 최대 수혜를 한국의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이 가져가는 현실은 반도체 수출의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에 위기 신호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 생긴 중국산의 빈틈을 한국이 메우지 못하고 대만에 계속 빼앗긴다면 대만과의 반도체 경쟁력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9일 반도체업계는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입시장 재편 수혜를 제대로 못누리는 가장 큰 이유를 한국의 주력 반도체 수출품이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군과 맞지 않는데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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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수입시장 재편 최대 수혜를 한국의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이 가져가는 현실은 반도체 수출의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에 위기 신호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 생긴 중국산의 빈틈을 한국이 메우지 못하고 대만에 계속 빼앗긴다면 대만과의 반도체 경쟁력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9일 반도체업계는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입시장 재편 수혜를 제대로 못누리는 가장 큰 이유를 한국의 주력 반도체 수출품이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군과 맞지 않는데서 찾고 있다. 그동안 중국 수출에만 신경쓰느라 미국 등 다른 나라 반도체 수출에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만과 베트남은 달랐다. 양국은 미국의 반도체 최대 수입품목인 '컴퓨터 등의 부품'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의 공백을 신속하게 대체한 것은 물론 미국의 반도체 수입시장 중 고성장하는 품목에서의 입지 강화에도 신경썼다.
예컨대 미국 반도체 수입 중 3위 품목인 '기타 전자 집적회로'는 2018년~2022년 77% 늘었는데, 대만으로부터 수입한 규모는 119% 증가했다. 미국 반도체 수입 중 4위 품목인 감광성(感光性, 빛 작용에 반응) 반도체 디바이스 및 LED의 경우는 수입이 135% 늘어나는 동안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이 874%나 증가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이 수입한 반도체 가운데 대만, 베트남 비중이 높아진 품목을 보면 전자 관련 부품,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수출품목이 겹치지 않다보니 중국의 공백을 한국이 대체하지 못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주요 반도체 품목별 공급망 구조' 분석에서 시스템반도체는 미국의 반도체 후공정 공장이 모여 있는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3국이 독차지해 한국이 낄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대만 점유율이 30.7%로 한국(25.8%) 보다 우위에 있다. 이와 관련해 김경훈 무협 공급망분석팀장은 "결국 국내 저변이 생겨야 수출에서도 메모리 한정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배분이 가능하다"며 "후공정 투자를 늘리고 삼성전자 외 파운드리 기업을 키우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편중된 한국의 반도체 사업 구조도 문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산인 우리기업의 반도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중심 해외생산 비중은 각각 22.4%, 42.6%으로 대만 TSMC 8.5%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대만은 반도체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기업이 반도체 제조기지로 한국보다 대만을 선호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았다.
다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만들려는 분위기는 미국서 생산한 반도체를 현지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기업의 미국 시장 영향력 확대에 긍정적일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미국에 첨단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주요국 대비 낮은 연구개발 투자 비율 및 장비·소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가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반도체 매출 대비 R&D 비중은 2021년 기준 8.1%로 미국(16.9%), 중국(12.7%), 일본(11.5%), 대만(11.3%) 등 주요국 중 가장 낮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투자 인허가 처리 신속화 등 국내 투자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활용해 국내 반도체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반도체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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