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엄마는 복직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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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울 기자]
▲ 엄마를 필요로 하는 세 아이 해맑은 세 아이의 모습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
ⓒ 박여울 |
하루하루의 삶을 엄마로 그리고 주로 아이들이 기관에 가 있는 동안에는 살림을 하고 글을 쓰며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던 내게 이런 자각이 들자 갑자기 걱정과 조바심이 물밀듯 몰려오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시작하면 아이들은 어쩌지
사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이번 한 학기 휴직을 시작하기 전부터 돌덩어리처럼 무겁게 안고 있던 마음의 걱정 하나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맞벌이를 시작하면 세 아이의 등하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그동안 남편과 나는 첫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둘이서 육아휴직을 번갈아가면서 해왔다. 그 사이 아이는 우리가 바란 대로(!) 셋이 되었고 그와 더불어 우리 둘의 육아휴직은 합쳐서 6년 반이 되었다.
하지만 등하원 때, 그리고 아이가 아플 때 걱정이 없어서 그 점이 가장 좋았다. 양가 부모님에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아이에게는 정서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남편과 나 둘 중 한 명은 집에서 아이를 케어해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못했지만 그 어려움을 감내할 만큼이나 만족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 예정되어 있고 이것 또한 우리 가족의 삶에서 당장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 조만간 어느 시점부터는 맞벌이를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지금은 첫째의 입학을 이유로 내가 한 학기 무급휴직을 하고 있는 터라 이제는 무리를 해서라도 저축과 투자에 열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두 달간 첫째는 열감기를 네 번이나 앓았다. 면역이 약한 아이인지라 더욱이 아픈 날들이 많았고 평소의 스케줄을 조정해 가며 집에서 쉬게 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건강한 편인 둘째도 마스크를 벗게 되어 그런지 코감기와 열감기를 자주 앓는다. 이제 만 두 돌이 된 셋째는 말해 무엇하리. '약을 먹고 크는 아이'라는 표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늘 진득하고 누런 콧물을 소매로 훔치며 논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지금 아파서 다행이다. 엄마인 내가 곁에 있어줄 수 있으니.'
차라리 내가 육아휴직한 이 봄과 여름에 아이가 아플 만큼 다 아프고 파워 면역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엄마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나는 맞벌이가 두렵다.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 종종거리며 바삐 움직일 내가 걱정되고, 몸과 마음이 피로하여 아이들에게 사랑의 말보다는 날 선 말을 내뱉을까 봐 걱정된다. 육아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며 남편과 싸우게 될까 걱정이고 직장 동료들에게 연가와 조퇴, 육아시간으로 민폐를 끼칠까 조심스럽다.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맡겨질 우리 아이들 또한 걱정된다.
나도 알고 있다. 직장에서 지켜봐 왔던 많은 육아 선배들이 그랬듯 어떻게든 맞벌이를 하면서도 어려운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나면 아이들은 훌쩍 커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직장 일도 어떻게든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아플 때는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여 방법을 찾아내고 말 것이라는 것도 머리로는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의 말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맴돈다. 맞벌이를 할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2학기에도 엄마가 집에 있어주면 좋겠어요."
이런 말을 종종 해왔다. 위의 한 문장을 글로 쓰고 나니 실로 한숨이 나온다. 7년간 엄마, 아빠와 함께 지냈던 아이가 '맞벌이'를 하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힘든가 보다. 자기의 감정과 요구를 매우 정확하게 표현하는 그런 딸이 이 말을 여러 번 하는 걸 보니 내 마음도 참 갈팡질팡한다.
내가 복직을 예정대로 한다면 아이는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한창인 시점부터 홀로 남겨지게 된다. 등하원이 문제가 아니라 개학까지 남은 보름의 여름방학을 누구와 어떤 스케줄로 보내게 해야 할지부터가 문제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딱 두 달 하고도 8일이다. 그 안에 확실한 답을 내려야 한다. 맞벌이를 하려면 믿을만한 등하원 도우미분을 구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예정과는 아주 다른 선택인 휴직 연장을 해야 한다. 아이들을 최대한 우리 부부의 품에 끼고 사랑으로 돌보려고 번갈아가며 휴직을 이어왔던 그 결정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었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하게 되는 오늘이다.
오늘 제 몸만 한 가방을 멘 채로 등교하는 첫째 아이를 안아주며 학교에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넸다. 4시에는 데리러 오겠노라며 손가락 네 개를 치켜올리고 굳은 약속을 하며 손 인사를 하고 둘째와도 유치원 앞에서 헤어졌다. 길에 지나가는 온갖 탈 것들의 이름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도착한 어린이집 문 앞에서 셋째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 세 아이의 얼굴이 내 눈에 아른아른 거린다.
이제는 걱정만 할 때가 아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 부부는 충분히 대화하고 여러 정보를 수집해 가며 엄마, 아빠인 우리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세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방안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다만 내 손으로 내 아이를 마음 편히 키우기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라는 점이 아이 셋 다둥이 엄마인 내게 조금은 슬픈 일로 다가온다. 이런저런 아쉬운 마음이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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