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조' 딜런-'부상' 곽빈, 두산에 찾아온 위기의 5월

양형석 2023. 5. 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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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예상치 못한 시점에 찾아온 주축 선발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3연패 수렁

[양형석 기자]

▲ '안 풀리네' 두산 이승엽 감독 4월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8회초 0대 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KBO리그에는 10개 구단 감독 중 3명이 올해 처음 팀을 이끌게 된 '초보사령탑'이다. NC 다이노스의 강인권 감독과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 그리고 두산 베어스의 이승엽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3명의 초보감독이 이끄는 NC와 삼성, 두산은 8일까지 사이 좋게(?) 반 경기 차이로 5위와 공동 6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3명의 초보감독, 더 정확히는 강인권 감독, 박진만 감독과 이승엽 감독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강인권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최소 7년, 최대 10년 이상 현장에서 코치로 활동하면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22년에는 시즌 중 사퇴한 이동욱 감독과 허삼영 감독 대신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준수한 성적으로 이끌며 시즌이 끝난 후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반면에 현역 은퇴 후 코치 경험조차 없었던 이승엽 감독은 해설위원에서 두산 감독으로 파격 선임됐다.

위기를 돌파하는 노하우가 부족한 초보감독이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승엽 감독 역시 시즌 개막 후 한 달 여 만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KBO리그 데뷔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실망스런 출발을 했고 리그 최고의 토종 우완선발 중 한 명이었던 곽빈이 허리부상으로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초보감독' 이승엽의 나쁘지 않았던 한 달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두산은 2022년 9위로 추락을 경험한 후 8년간 팀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승엽 신임감독을 선임했다. 이승엽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구 연고의 삼성에서만 467개의 홈런을 모두 때려낸 '대구 토박이'다. 하지만 지도자 커리어는 고향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시작하게 됐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두산은 2023 시즌 명예회복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과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FA포수 양의지를 4+2년 총액152억 원의 역대 FA 최고액을 안기며 컴백시켰고 2020 시즌 20승을 따냈던 라울 알칸타라 역시 총액 90만 달러에 재영입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트리플A에서 활약했던 새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 역시 '알짜 외국인 투수'가 될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두산은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알칸타라와 함께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거라 기대했던 딜런이 스프링캠프 라이브피칭 도중 타자가 친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만약 부상부위가 팔꿈치나 어깨였다면 부상의 크기나 재활기간 등을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부상부위가 머리인 만큼 구단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딜런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의 선발진은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딜런이 없는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던 3년 차 유망주 '투목곰' 김동주가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며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14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가대표 출신 우완 곽빈이 4월 한 달 동안 3승 1패 0.88이라는 눈부신 투구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산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곽빈과 김동주의 활약으로 리그 정상급 선발진을 꾸릴 수 있었고 그 사이 딜런도 불펜투구를 소화하고 연습경기에 등판하면서 복귀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승엽 감독은 딜런이 복귀하면 2022년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던 좌완 최승용을 불펜으로 내려 왼쪽 허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과 두산 팬들의 부푼 기대는 5월이 시작되고 일주일 만에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딜런의 실망스런 데뷔전과 곽빈의 허리부상
 
▲ 두산 선발투수 곽빈 4월 3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G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말 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딜런은 지난 4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투수친화적인 잠실야구장에서, 그것도 당시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한화를 상대로 한국무대 데뷔전을 치르게 한 것은 이승엽 감독의 배려였을 터. 달런은 탈삼진은 없었지만 시속 140km중반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3회까지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 팬들은 딜런의 성공을 꿈꾸며 점점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딜런은 4회 투구에서 선두타자 노시환에게 솔로 홈런, 김인환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3점을 내줬고 5회에도 무사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4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진 딜런은 5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0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KBO리그 데뷔전을 힘들게 마쳤다. 4회부터 급격히 볼이 많아진 것도 문제였지만 딜런은 첫 등판에서 타자를 압도할 만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주중 3연전에서 한화에게 루징 시리즈를 기록한 두산은 5일과 6일 연속으로 내린 비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후 7일 경기에서 6일의 휴식을 취한 토종 에이스 곽빈을 선발로 내세웠다. LG 선발투수 역시 2022년 다승왕 케이시 켈리였지만 켈리는 올 시즌 4월 한 달 동안 1승 2패 5.06으로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곽빈과 두산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경기 결과는 두산 팬들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1회부터 오스틴 딘에게 희생플라이, 오지환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두 점을 내주고 경기를 시작한 곽빈은 2회 박동원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무사 만루 위기를 내준 후 허리통증으로 조기강판됐다. 이후 곽빈의 책임주자 2명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이날 경기 곽빈의 기록은 1.1이닝 4피안타 3사사구 6실점(6자책)이 되고 말았다. 결국 곽빈은 허리 염좌로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딜런은 아직 국내 무대에서 고작 한 경기 밖에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리그 적응을 마치면 성적이 더 나아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곽빈 역시 한두 차례 정도 로테이션을 거른 후 다시 4월의 좋은 구위를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딜런의 난조와 곽빈의 부상으로 인해 5월부터 승수쌓기에 나서겠다던 이승엽 감독의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과연 이승엽 감독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두산을 다시 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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