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박물관 속 'T-55' 탱크까지 전선 동원…"고정포대로 사용할 듯"

1948년 출시된 구소련 T-55까지 동원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박물관에 전시

서방의 대러제재 장기화로 주요 군수물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1948년산 T-55 탱크까지 우크라이나 전선에 동원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고에서 상당기간 적치돼 노후화가 심한 T-55 탱크지만, 러시아군이 전선방어를 위해 고정포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1948년 옛 소련에서 개발한 T-55 탱크의 모습.[이미지출처=미 육군 홈페이지]

8일(현지시간) CNN은 러시아군이 1948년 옛 소련에서 제작한 T-55 탱크를 각 지역부대 창고에서 꺼내 열차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급파하고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3월 러시아 어딘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 구형 옛 소련 전차들이 열차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이중 T-55 전차들도 있었다.

영국 케임브리지 임페리얼전쟁박물관 선임 큐레이터인 존 딜레이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T-55 전차는 소련이 냉전시대 사용한 첫번째 주력전차"라며 "이 전차들을 전선에서 쓸 수는 있겠지만, 수십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던 전차들이어서 다시 전선으로 보내려면 상당한 보수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55 탱크는 1948년 출시된 이후 옛 소련의 주력전차로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탱크다. 1956년 헝가리의 민주화 운동,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수도에서 발생했던 일명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는데 이용돼 소련의 강압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와 뒤이어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운용하던 T-55 전차가 서방 다국적군에게 완전히 격파당한 이후에는 역사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왔다.

하지만 가격 및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고 작동이 매우 쉽다는 것이 장점으로 손꼽혀 과거 이집트, 중국, 수단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산권, 제3세계 국가들에서 주력전차로 사용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탱크부족과 함께 최신식 전자장비로 무장한 신형 탱크를 움직일 인력이 부족한 러시아군 입장에서 작동이 쉬운 구형 탱크가 더 선호될 것이란 분석이다.

딜레이니는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공세를 앞둔 상황에서 빈약한 무기와 훈련이 덜 된 신병으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맞서야한다"며 "구형 탱크라고 해도 참호에 박아놓고 고정포대로 사용하며 전선 방어용으로 활용하면 생각보다 효과적인 방어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