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도와 2005년도 '디카' 보유자입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조희영 기자]
초등학생부터 알고 지낸 21살 친구는 최근 어린이용 미니 카메라를 구매했다. 해당 카메라는 '키즈 카메라 레트로 감성 디카'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부산 여행에도 그 작은 카메라를 챙긴 당사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자글자글하고, 색이 누런 듯한 사진이 찍히는 카메라는 아직 '현역'이다.
2022년 8월 1일 'Hype boy'를 발매한 뉴진스는 차세대 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데뷔 당시부터 2000년대 초반 Y2K 패션을 선보이며 레트로 열풍을 불러온 이후, 2023년 1월 'Ditto' 발매를 통해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묘사했다. 90년대 하얀 체육복과 낮은 화질의 화면, 그와 함께 눈에 띈 것이 촬영 중 사용된 디지털 캠코더이다.
일명 '뉴진스 감성'으로 화제가 된 디지털 캠코더와 떠오른 제품은 바로 디지털 카메라, '디카'이다. 특히 오래된 디카를 '올드 디카'라고 표현한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번 유행으로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평균 2만원 대 중고 카메라가 8만 원에 판매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엄마께서 직접 사용하시던 디지털 카메라 |
ⓒ 조희영 |
20대 대학생인 나는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알람 수십 개가 밀려 있다. 간절하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남들은 명품 가방, 비싼 스포츠카, 한강뷰 아파트를 갖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트로 열풍' 바다에 몸을 맡긴 나는 1998년도와 2005년도에 출시된 두 종의 디지털 카메라를 찾고 있다.
오래되고, 누군가가 이미 사용한 디지털 카메라를 왜 갖고 싶은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최신 기술의 새 카메라를 두고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고 싶다.
'올드 디카'는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의 장점을 갖고 있다. 필름 카메라는 특유의 아름다운 색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필름 값과 인화비가 꾸준하게 들어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보이곤 한다.
주변 지인도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여 잘 사용하다가, 그 이유로 인해 필름 카메라를 다시 판매했다. 디지털 캠코더는 비디오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크기가 크고, 무게가 꽤 나가 휴대성이 떨어지고 불편하다.
'올드 디카'는 만들어졌을 당시 기술을 담고 있어 조금 바랜 듯한 색감을 나타낸다. 필름만큼은 아니겠지만, 보정 없이 어느 정도 따뜻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또한 짧지만 캠코더처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캠코더에 비해 가볍고 작아 들고 다니기도 좋다.
특유의 감성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지금의 카메라는 정말 선명하고, 눈으로 보는 화면을 그대로 담는다. 그렇기에 렌즈가 엄청나게 크기도 하며, 무게가 꽤 나가는 기종도 있다. 반면 '올드 디카'는 화질이 떨어지고, 흔들리게 나오기도 하며, 색이 다르게 묘사되곤 한다. 지금은 따라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현재와 다른 그러한 결과물이 개성과 매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재와 다른 나만의 길을 걷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볍게 들고 다니며 툭툭 찍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휴대폰 대신 카메라를 사용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다.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호기심과 직접 느껴볼 수 없었던 아쉬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매력, 이 모든 것이 빚어낸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감성
사람들이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를 접하며 지금과 감성이 다르다고 말하곤 한다. 이러한 감성의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단순히 오래되어서 그런 사진이 나오는 걸까? 2005년도의 코닥 C315 카메라를 기준으로 알아보았다.
코닥 C315는 조리개와 초점, 셔터스피드, 감도가 고정되어 있으며, 500만 화소급 1/2.5인치 CCD를 탑재하였다. Adobe사에 따르면, 조리개는 빛의 양과 심도를 조절한다. 조리개 값이 낮을수록 조리개가 많이 열려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이 늘어나고, 심도가 낮아지며 배경이 흐려진다.
C315의 F4.5로 고정된 조리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빛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두운 조리개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항상 같은 어두운 조리개를 가지고 있으므로,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한 어둡게 나올 확률이 높다. 탁하고 어두운 감성은 조리개 차이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셔터 스피드가 고정되었다는 것은, 셔터 속도를 조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빠른 물체는 말 그대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재빨리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하다.
다시 정리하면, 느린 물체는 그 속도에 맞게 찍어야 하기 때문에, 느린 셔터 속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고정된 셔터 스피드는 적절한 타이밍에 물체를 찍기 어렵다.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듯한 감성은 셔터 스피드 차이로 발생할 수 있다.
화소는 사진을 구성하는 점이다. 간단하게 점묘화로 이해하면 쉽다. 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점묘화는 선명할 것이고, 적은 점으로 이루어진 점묘화는 선명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500만 화소급 카메라는 다른 높은 화소 수를 가진 카메라에 비해 해상도가 떨어져 큰 화면에서 봤을 때 자글자글하다. 우리가 말하는 자글자글한 감성은 여기서 오는 것이다.
다양한 디지털 카메라 구입처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가 높아지며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는 구입처가 마땅히 않아 비싼 값에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 꼭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할까? 직접 검색을 통해 알아본 구입처를 소개하고, 경험을 토대로 비교하고자 한다.
첫째, 시장을 방문하는 방법이 있다. 동묘, 세운상가 등 여러 장소가 존재한다. 시장 방문의 장점은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당히 많은 카메라가 있어 무수한 고민이 일어날 수 있다. 일부 매장은 직접 카메라를 시현해주므로, 사진 결과를 직접 보며 카메라를 고를 수 있다.
카메라 외관만큼 사진 결과도 중요한 고민 요소이기에 직접 보는 것을 선호한다면, 시장 방문을 추천한다. 그 자리에서 충전기와 메모리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는 SD 카드가 아니라 CF 카드가 필요하기도 하여 바로 구매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단점으로는 카메라 기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기능 구동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간단한 촬영, 갤러리 확인은 시장에서 도와줄 수 있지만, 그 밖의 기능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또한, 직접 방문하여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꽤 필요하다. 특히 먼 지역에 사는 사람은 오랜 시간을 들이고 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교 대조군이 없기에 미리 평균적인 가격대를 알아가지 않는다면, 비싼 값에 카메라를 구매할 수도 있다.
둘째, 온라인 중고 장터를 애용하는 방법이 있다. 온라인 중고 장터의 장점은 시간과 비용이 덜 필요하다는 점이다. 검색창에 디카, 디지털 카메라를 검색하면 가격대별로 상품을 볼 수 있다. 또한, '디카', '디지털 카메라' 등 여러 키워드를 등록하면 바로 알람을 받아볼 수 있다.
이러한 편리성에 의해 판매자들이 가격 경쟁을 하므로, 인터넷 쇼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당근마켓의 경우, 상당히 싼 가격에 디지털 카메라가 올라올 때가 있기 때문에, 당근마켓을 잘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단점은 신뢰에 의존하여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매 전 채팅을 통해 사진과 비디오 작동 여부를 전달받는 것이 좋다. 장점인 편리성에 의해 인기 있는 카메라는 금방 물건이 팔린다는 아쉬움도 있다. 싼 가격, 좋은 상태의 카메라가 나와도 구매할 수 없는 현실이 종종 안타까울 때도 있다. 이때는 키워드 등록을 꼭 해야 한다.
셋째, 외국 중고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베이 옥션'과 일본의 '메루카리'가 가장 둘러보기 쉬운 사이트이다.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인기가 없었던 카메라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외국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면, 그 장벽이 무너진다. 또한,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로이기에 국내 중고 사이트보다 싸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난 메리트이다.
단점은 중고 사이트이기 때문에, 신뢰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채팅으로 전달받을 수 있지만, 외국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환불이 가능한 표시를 참고하고 구매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이베이 옥션의 경우 바로 구매와 경매가 존재하여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한다. 경매는 평균 4일 이상 기간을 두고 진행하므로, 경매가 끝나기 10분 전부터 계속 입찰에 시도해야 한다.
또한, 외국을 통해 건너오므로 통관번호를 입력해야 하며, 국내 배송비에 비해 비싼 해외 배송비를 내야 한다. 종종 한국 배송이 안 되는 상품도 있으므로, 이를 잘 확인해야 한다. 외국어를 번역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메루카리의 경우 일본 중고 사이트기 때문에 일본어를 번역해야 하는데,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판매자도 있어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 소통을 통해 세대 간 하나가 될 수 있다. |
ⓒ pixabay |
누군가는 이러한 모습을 보며 망가지기 직전의 물건을 비싼 값에 산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20~30대에게 이번 유행은 '과거와의 만남'이 되는 좋은 길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디지털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며 부모님이 쓰던 카메라를 물려받는 사람이 종종 존재한다. 장롱, 서랍 등 구석에 있던 카메라가 다시 먼지를 털어낸다. 이들은 카메라를 받으며 그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도 같이 물려받는다. 그리고 다시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 나간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엄마께서 쓰시던 카메라를 받고 카메라에 대한 추억도 들을 수 있었다. 언니와 나의 성장을 담기 위해 구매한 카메라였으며, 어디를 가던 우리와 함께 다니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 소중한 카메라는 휴대폰 카메라가 발전하기 전까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추억을 되살리는 흔적을 남겨주었다.
최근 MZ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하며 세대를 나누기 시작했고, 갈등이 커져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세대는 언어로 나뉠 수 있지만, 결코 그 존재까지도 칼로 벤 것 마냥 잘리지 않는다. 결국 사람은 이어져 있으며, 어딘가에는 연결된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2023년의 연결고리는 구식 디지털 카메라가 되어준 것이다.
과거와의 만남은 과거와의 소통을 만든다. 신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과거를 바라본다. 이는 세대 간 만남을 이끌고, 세대 간 소통으로 발전될 수 있다. 찰나의 순간을 담는 카메라 또한 언제 멈출지 모르는 찰나의 물건이기에 더욱 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