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전쟁' 승기 잡아가지만…성장 둔화·외환 불안 '과제 산적' [尹정부 1년]
윤석열 정부는 10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키’를 잡은 윤 정부 경제팀은 위기 대응으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고비를 넘자마자 고물가 위기가 닥치면서다.
민간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고 재정 건전성은 강화한다는 원칙 아래 한국 경제를 꾸려온 윤 정부의 공과를 분야별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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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거시경제
윤 정부 경제팀의 성과로는 위기 대응이 꼽힌다. 출범 직전인 지난해 4월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진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맞물려 고용시장과 소비 경기는 눈에 띄게 회복했다.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70만~90만명 안팎 늘었고, 소비ㆍ산업지표도 활기를 띠었다. ‘정부 주도 성장’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며 윤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 기조 아래 각종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책을 함께 시행했다.
법인세율 인하, 부동산세 완화, 소득세 개편, 경제 형벌 규제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8일 윤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내놓은 ‘경제 분야 주요 성과 및 과제’ 보고서에서 “1027개 과제 법령 개정 등 규제 개선을 완료했다”며 “향후 5년간 투자 창출 등 70조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닥친 고물가 위기는 윤 정부표 경제 개혁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코로나19 때 대거 풀린 유동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대비 5~6%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윤 대통령과 추 부총리는 여러 차례 “정부 정책 타깃은 민생과 물가”라고 강조하며 대응에 나섰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공공요금 동결 등 정책을 이어나갔다.
윤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 현상) 등과 맞물려 올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레고랜드 사태 등 금융 불안에도 윤 정부 경제팀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50조원이 넘는 규모의 긴급 금융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여러 고비를 넘긴 윤 정부 앞을 더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성장세 둔화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내ㆍ외 주요 경제전망기관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2%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고물가 위기→저성장 위기’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②재정ㆍ수출
출범 2년 차를 맞은 윤 정부 앞에 저성장 탈출이란 과제가 놓였지만 대내ㆍ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재정 지출과 나랏빚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 시장 찬바람도 여전하다.
윤 정부는 출범 때부터 ‘재정 정상화’ 선언하며 긴축에 나섰다. 취임 첫해 예산안을 편성하며 지출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도 추진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는 아직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탓에 윤 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6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0% 이내로 묶어두겠다던 약속 역시 위태롭다. 경기 둔화와 감세 정책 여파로 올해 국세 수입(세수)이 지난해와 견줘 크게 줄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 경제가 기대만큼 회복하지 않는다면 세수가 감소한 만큼 지출을 줄이거나 빚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재정준칙 역시 국회에 계류되면서 법률로 만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윤 정부가 내세운 ‘건전 재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손쓸 수 없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다지만,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역시 윤 정부 1년간 풀지 못한 숙제다. 4월 무역수지는 26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 연속 적자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줄면서 7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다. 교역 상대국으로는 대중국 수출이, 상품 중에선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면서 무역 적자 규모를 키웠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63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수출 감소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 경기 하강과 한ㆍ중 무역 갈등”이라며 “결국 이 두 가지가 해소돼야 경기가 반등할 수 있다는 건데, 정부가 좀 더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③외환ㆍ금융
윤 정부 발등에 떨어진 가장 급한 불은 환율이다.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진 한ㆍ미 금리 차이로 외환ㆍ금융시장 불안의 강도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위기 때나 보이던 미 달러당 1300원대 환율이 장기화하는 흐름이다.
낮은 원화가치가 수출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은 가운데 수입 물가 상승,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등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기재부 역시 윤 정부 출범 1주년 평가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 반도체 경기 침체 등으로 수출ㆍ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ㆍ유럽 은행 불안 등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물가는 잡히고 있지만 미국ㆍ유럽은 그렇지 않아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예대 금리 인상 자제에 나섰는데, 자칫 국제 시장금리와의 엇박자로 외환ㆍ금융 부문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민생 부담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선에서 (금리 안정 조치를) 해야지, 시장 방향과 반대로 꺾겠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조현숙ㆍ정진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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