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집단소송…키움증권, 리테일 명가 추락 위기

이선애 2023. 5. 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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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관련 키움증권 검사
개인 투자자 불매운동 조짐 속 주가 조작 피해자 집단소송 움직임

키움증권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키움증권을 SG사태 관련 검사의 첫 타깃으로 겨냥했다. 뿔난 개미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키움증권을 겨냥한 집단소송까지 임박했다.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려던 키움증권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고강도 검사…김익래 회장 의혹도 조사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혐의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에서 다올투자증권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하림지주, 선광,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다. 김 회장은 주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지분 3.65%)를 매도했다. 주당 처분가는 4만3245원이었다. 주가 조작 핵심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김 회장을 폭락 배후로 지목하면서 SG증권에서 매물이 쏟아지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냐는 의혹이 커진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매물이 나온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약을 체결한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이다. 사실상 SG증권에서 쏟아진 물량 대부분이 키움증권에서 나왔다. 지난 2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CFD 잔액은 5181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교보증권(613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이 CFD 반대매매 정보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중점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 CFD와 관련해 개인 전문투자자 여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 고객 주문 정보를 이용했는지, 내부 임직원이 연루됐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매운동·집단소송…이미지 훼손 불가피

이번 사태로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리테일 명가'라는 키움증권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김익래 회장이 4일 오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성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은 18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식 시장점유율 35.4%, 국내 주식 시장점유율 19.6%를 기록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의 국내 주식 시장점유율이 1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키움증권은 주식 거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모습이다. 그런 까닭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 사업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 키움증권의 종목토론실에는 '계좌 옮긴다' '키움 계좌 해지한다' '키움증권에서 다른 증권사로 옮겨야겠다' '키움증권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등 게시글이 넘쳐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에서 타사 대체 입고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키움증권 고객을 겨냥한 움직임이 늘 것으로 보여 키움증권 고객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리테일 점유율 1위'라는 키움증권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한 키움증권은 개인 고객 비중이 커서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부문에 강점이 있다.

집단소송의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손해배상 소송을 의뢰한 2명을 포함해 이날부터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할 계획이다. 일부 법무법인에서 라덕연 대표 일당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증권사가 직접 소송을 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들은 라 대표 일당에게 신분증과 휴대폰을 맡긴 사실은 인정하지만,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고위험 파생 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만들어 중개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수십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계획이다. 다만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아직 법무팀에서 따로 연락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비대면 계좌 개설 때 본인 여부 확인은 당연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내 초대형 IB 진입 계획 물거품 위기

연내 초대형 IB로 도약하려는 키움증권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에 휩싸인 김익래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받더라도 대주주 도덕성 결격 사유가 걸림돌로 작용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유동성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신청 자격인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이미 충족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돼 '오너 리스크'가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사주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건 이례적"이라며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인가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현행 법규상 금융당국이 '평판'을 기준으로 심사를 중단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12조6항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인가 때 대주주에게 요구되는 주요 요건 중 하나는 '사회적 신용'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의 매도가 증여세 마련을 위한 우연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세간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주장대로 김 회장이 떳떳하다면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605억원을 주고 블록딜 물량을 가져간 주체가 작전 세력이 아니었음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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